박근혜, 아름다운 또 하나의 선택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5-07 14:02:41

폭락하는 MB의 지지율로 인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주름살이 하나 더 늘어난 것 같다.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선룰’을 받아들이고, 그리고 그 경선결과에 승복하고, 정권창출을 위해 발이 부르트도록 MB지원유세를 다니면서 그를 대통령 자리까지 올려줬더니, 안하무인이다.

박 전 대표의 훈수를 받아들이기는커녕, 아니꼽게만 생각하는 것 같다.

어쩌면 MB는 박 전 대표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쇠고기협상과 관련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훈수했으나, MB는 “재협상에 나서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대운하 문제도 그렇다. 박 전대표가 환경재앙 등을 우려해 강력반대하고 있는데도 이명박 정부는 이미 별도의 TF팀을 구성하는 등 대운하 추진의사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그의 지지율은 20%대로 폭락하고 말았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권 5년 중에서도 최저 지지율을 보였던 때와 엇비슷 수준이다.
심지어 포털사이트 다음의 이명박 대통령 탄핵 청원 서명운동은 이미 7일 오전 10시 30분 현재 124만명을 돌파한 상태라고 한다.

물론 한나라당 지지율도 덩달아 추락해 30%대로 폭삭 주저앉고 말았다.

그나마 한나라당 지지율이 MB보다 높은 것은 박 전대표가 그 자리에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박 전대표가 과연 언제까지 한나라당에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다.

어쩌면 18대 국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그토록 애지중지해 왔던 당을 떠날지도 모른다.

친박연대 홍사덕 비상대책위원장도 7일, 친박 복당 문제와 관련해 18대 국회 원(院) 구성이 마무리 되는 시점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결단이 있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이날 평화방송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박근혜 전 대표가 친박 의원들의 복당 문제와 관련해 전날 ""무한정 기다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매우 심각한 의미가 담겨 있다""며 `기다릴 수 있는 시점'에 대해서는 ""원(院) 구성 전까지 넉넉하게 볼 작정이고, 그 때까지도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새 국면인 만큼 상의를 하고 의견을 모을 작정""이라고 밝혔다.

즉 친박 복당 문제가 원구성 이전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박 전 대표가 당 밖 친박 인사들과 행동을 같이 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른바 ‘근혜 없는 근혜 신당’이 ‘진짜 근혜 신당’으로 탈바꿈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지금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을 버리는 일이 말처럼 그리 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한나라당이라는 거대한 울타리가 필요한 때문은 아니다.

사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50%대로 끌어 올린 것은 박 전 대표다. 그리고 그 지지율을 지금처럼 반 토막 내 버린 것은 MB다. 그나마 그 지지율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MB가 당직을 스스로 버리지 않는 한 한나라당 지지율도 덩달아 추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그를 필요로 하면 했지, 박 전 대표로서는 한나라당이라는 울타리가 전혀 필요치 않은 것이다. 오히려 MB와 같은 한솥밥을 먹어야 하는 처지라는 점에서 한나라당이 그의 앞길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박 전 대표는 MB로부터 철저하게 무시 받고 있는 마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을 버리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박근혜’이기 때문이다.

그는 당을 아껴왔고, 지금도 아끼고 있다. 18대 총선 이전에 10%대로 추락한 당의 지지율을 ‘천막당사’ 정신으로 되살려, 대선 직전에는 무려 50%대까지 끌어 올린 그였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드는 데 어떤 형태로든 일조했다. 따라서 당과 이명박 정부가 잘 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둘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다른 정치인들 같았으면, 이미 앞길에 장애가 될 뿐인 존재들을 모두 버렸을 것이다.

이런 박 전 대표의 속내를 MB는 이미 읽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를 외면하고, 무시하고, 마구 짓밟아도 절대 탈당을 결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근혜’이기 때문에 의외로 탈당을 결심하기가 쉽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 박 전대표가 탈당하면, 차기 지방선거를 걱정하는 지방정치인들이 ‘우르르’ 그를 따라 갈뿐만 아니라, 중앙정치인 가운데 친이 핵심 세력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사들이 그와 행보를 같이 할 것이다. 결국 지금의 친이 한나라당이 몰락하는 대신 새로운 친박 한나라당이 건설되는 셈이다. 한마디로 그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제2의 한나라당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또 어떻게 아름다운 결정을 내릴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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