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중 6명 ""MB, 찍은 거 후회"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5-15 14:04:29
지난 18대 대통령선거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묻지 마 식’으로 표를 몰아주었던 유권자들의 심정은 어떨까?
10명 가운데 적어도 6명 이상이 “잘 못 찍었다”며 후회하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그들은 “MB를 찍은 손목을 자르고 싶다”며 한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 같은 사실을 적나라하게 증명해 주고 있다.
지난 14일자 내일신문에 따르면 5월 정례조사(11~12일)에서 지난해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던 유권자들(대선지지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중 여전히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비율은 35%에 불과했다. 나머지 65%는 더 이상 이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더욱 참혹하다. 지난 1월 64.3%에서 5월에는 3분의 1수준인 22.6%로 뚝 떨어졌다. 10명 중 겨우 두 명 정도만 MB를 지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민심이다.
그런데도 MB 측은 천하태평이다.
실제 MB의 핵심측근으로 알려진 모씨는 최근 정치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제 MB 지지율은 바닥을 친 상태다. 더 이상 떨어질 일 없으니, 앞으로는 오르는 일만 남은 것 아니냐”고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심지어 그는 “우리나라 국민은 냄비근성을 가지고 있어서 쉽게 뜨거워지고 쉽게 식는다”며 “오늘은 비록 (지지율이) 바닥이지만 내일 눈뜨고 나면 다시 상종가를 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과연 그의 바람대로 지지율이 상종가를 치는 날이 올까?
불행하게도(?) 현재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은 것 같다.
MB 지지율 하락 원인이 단순히 홍보부족 때문이라면, 그의 바람처럼 지지율은 바닥을 치다가도 언젠가는 상종가를 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원인이 ‘불신’ 때문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지율 급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면, 현재 MB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어느 정도일까?
낙제점에 가깝다. 이명박 정권의 최대 정치문제인 이명박-박근혜 갈등도 대통령이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벌어졌다.
실제 한나라당은 “집권한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MB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것은 ‘신뢰감 상실’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오죽하면 강재섭 대표가 이 같은 분석 결과를 16일 청와대에서 열릴 이 대통령과 정례회동에서 가감 없이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겠는가.
국민들도 MB를 불신하기는 마찬가지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 정부 측이 주장하는 ‘미국 소는 광우병과 관련해 안전하다’에 대해 ‘동의하지 않은다’는 답변이 75.2%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이 “국민 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일이 있다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67.3%가 ‘못 믿겠다’고 응답했다.
정부 말이나 MB 말은 모두 믿을 수 없는 ‘거짓말’이라는 뜻이다. 우리 국민 10명 중 7명 정도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정책 잘못은 수정하면 된다. 그러나 국민의 불신을 신뢰로 되돌리는 것은 쉽지 않다.
즉 MB지지율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없다는 말이다. 어쩌면 향후 5년 내내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지도 모른다.
물론 이에 따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남을 것이다. 가뜩이나 힘겨운 서민들의 삶인데, 거기에 “MB를 찍은 손목을 잘라내고 싶다”는 한탄마저 전국방방곡곡에 메아리친다면 그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이런 최악의 사태만큼은 막아야겠기에 필자는 MB가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지는 몰할망정 최소한 ‘거짓말쟁이’라는 지탄을 받는 대통령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자면 청와대 등 주변에서 누군가 나서서 “이것이 민심”이라고 바르게 전달해 줄 필요가 있다. 그 소리를 듣는 귀가 없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MB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이번에 필자가 참고한 여론조사는 내일신문과 한길리서치가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3.5%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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