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차라리 갈라서라

유 창 선 (시사평론가)

시민일보

| 2008-05-18 17:07:11

만나면 만날수록 멀어지는 사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관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어떻게 된 것이 두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뒤끝이 안좋다. 만나고 나면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이 증폭되곤 한다.

이번에도 그러했다. 청와대 회동 후에 박근혜 전 대표는 브리핑을 통해 회동내용에 대한 여러 가지 불만을 토로했다.

청와대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특히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대표직을 제안하지 않았다는 부분을 반박하며 회동내용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박 전 대표 측은 박 전 대표를 거짓말쟁이로 몰았다며 ‘뒤통수치기’라고 청와대를 비난했다. 청와대는 사실은 사실대로 말하라며 야당보다 더하다고 박 전 대표측을 비난했다.

이쯤되면 점입가경이다. 여권을 대표한다는 두 지도자가 만나기만 하면 오해와 불신과 갈등을 키운다. 문제를 풀어가는 정치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누구의 책임이 크냐를 따질 것도 없다. 결과적으로는 마찬가지가 되고 있다.

그런 회동은 무엇하러 한 것일까. 그렇지 않아도 쇠고기 파문으로 민심이 흉흉한 시기에 여권의 지도자들이 만나 갈등만 키우는 모습을 보인다면, 두 사람은 완전히 밑지는 장사를 한셈이다.

박 전 대표의 줄기찬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모르지는 않을텐데, 그를 만족시킬 특별한 선물도 없으면서 회동을 제
안한 이 대통령, 그리고 그의 참모들의 정치적 판단이 문제이다. 지금같은 여권의 위기 상황에서 “만난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하는 것은 너무도 안이한 발상이다.

박 전 대표의 위상만 키워주었을 뿐, 이 대통령이 갈등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없다. 세심하지 못하고 생각이 짧은 청와대의 정치적 판단력은 이번에도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문제는 두말할 것도 없다. 언제까지 자기 식구 문제에만 매달릴지 모르겠다. 국가대사들이 산적해 있고, 한나라당 정권의 앞길이 위태위태해 보이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박 전 대표의 관심은 자나깨나 ‘친박 복당’이다.


물론 ‘차기’를 노리는 그의 입장에서는 중대한 문제이다. 그러나 그같은 집안문제가 과연 다른 국가적 현안들을 젖히는 국정과제 1순위인지는 의문이다.

이 대통령과 갈등을 빚더라도 자기 식구 챙기는 문제가 아닌, 국가적 문제를 놓고 그러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대통령과 여당 비주류 리더가 만난 결과 치고는 너무도 실망스러웠다. 지금 두 사람이 자기들 집안문제 가지고 그러고 있을 때인가.

문제는 앞으로이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만나기만 하면 오해와 갈등을 키우는 관계이고, 서로가 그렇게 의견이 다르다면, 앞으로도 협력적 관계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굳이 국민 앞에서 번번히 낯붉히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겠는가. 차라리 서로의 생각이 너무 다르니, 갈라서는 것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만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한나라당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정운영이 어수선해서 국민의 마음이 안좋은데, ‘이-박의 전쟁’까지 지켜보려니 정말 짜증이 난다.

물론 정치공학적으로 계산하면 두 사람 모두에게 부담이 따르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여소야대 국회를 맞아야 하고, 박 전 대표로서는 한나라당이라는 기반을 잃을 위험이 크다. 그래서 주저하고 있는 길이다. 그럴 것이면 서로가 정치력을 발휘해서 문제를 풀어나가든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갈라서자니 겁나고 그대로 있자니 불만스러운, 모습만 지켜보는 국민들은 무엇인가. 손을 잡든, 갈라서든, 지도자들다운 통큰 정치, 선이 굵은 정치를 해야되는 것 아닐까.

여권이 ‘친박 복당’에 매달려있는 사이에 민심은 저 먼 곳으로 가고 있음을 두 사람은 아는가. ‘친박 복당’ 논란 속에 당신들의 도끼자루는 썩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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