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창당론 등장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5-26 14:36:17
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지지자들 사이에서 그의 탈당과 신당창당을 촉구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과연 현 시점에서 탈당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당 잔류가 옳은 것인지 그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5년 후를 위해서라도 탈당이나 신당창당에는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러나 탈당요구가 등장하고 있다면, 그 이유만큼은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체 왜, 박근혜 지지자들 사이에서 ‘탈당’이니 ‘창당’이니 하는 단호한 용어들이 튀어 나오는 것일까?
한마디로 한나라당은 ‘좀 모자라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굳이 그런 정당에 몸을 담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 한나라당은 현재의 위기상황조차 제대로 판단할 능력이 없는 것 같다.
우선 한나라당은 26일 쇠고기 수입 중단 촉구 촛불집회와 관련 ""정치가 개입되면서 시위 성격이 변질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즉 촛불시위 배후에 정치가 개입돼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촛불시위 현장에 나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거기에 ‘배후’라는 것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불법 도로점거 시위도 ‘자리에 앉아있어 봐야 달라질 게 없다’, ‘청와대로 가자’는 돌발 선동으로 촉발됐다고 한다.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시위가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 1000여 명으로 시작된 시위대는 25일 오후 6시쯤 서울 세종로를 점거한 데 이어 26일 오전 1시가 넘어 경찰에 의해 해산할 때까지 무려 7시간 넘게 시청앞~서울역앞~명동~동대문~시청앞~서대문~신촌로터리 등 서울의 심장부를 누볐다.
그러나 돌발 선동에 따르다보니 경찰에 의해 진로가 차단될 때마다 곳곳에서 해산할 것이냐, 시위를 계속할 것이냐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배후가 있고, 치밀하게 계획된 시위라면, 있을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여전히 배후타령이나 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정당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촛불시위는 자발적인 시민들의 시위’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불행하게도 박근혜 전 대표 한 사람밖에 없는 것 같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오찬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것은 국민의 소리를 잘 들어야 할 일이지 이념 문제는 아니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광우병 괴담'이나 `촛불시위' 확산 배후에 반미.좌파세력의 선동이 있다는 한나라당의 시각을 일축했다.
실제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네티즌들은 박 전 대표의 미니홈피 방명록에 ""제발 국민들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쇠고기 수입을 막아주세요~""라는 호소성 글들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탄핵 서명 운동에 무려 150만명에 달하는 네티즌이 서명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현상을 보면, 마치 지금 이 나라의 대통령은 MB가 아니라 박근혜가 아닌가하고 착각하게 될 정도다. 국민들이 그만큼 박 전 대표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사람이 좀 멍청해 보이는 한나라당에 남아 있으니, 지지자들이 답답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사실 지금은 MB와 한나라당 모두 위기다.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MB만 위기를 맞고 있는 게 아니라, 한나라당의 운명도 풍전등화와 같다는 말이다.
한나라당이 그나마 지지율 30%대를 유지할 수 있는 건 박 전 대표가 당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박 전 대표가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해도 한나라당 지지율이 지금처럼 30%대를 유지할 수 있을까?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지도부는 친박 복당 문제와 관련, 박 전 대표의 ‘일괄복당’ 요구와 ‘5월 내 복당’ 요구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마치 시베리아로 나갈 테면 나가라는 식이다.
정말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는 당 지도부가 아닐 수 없다.
과연 이런 한심한 정당에 박 전대표가 언제까지 남아 있어야 할까?
어쩌면 5월이 분수령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만일 ‘근혜신당’이 지금 창당된다면 그 지지율은 얼마나 될까?
우선 친박연대 지지율 +(한나라당 지지율-MB지지율)에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지지율 일부가 보태져 당장 한나라당 지지율을 능가하는 제 1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살아남으려면 박 전대표의 요구를 모두 수용해야만 한다.
MB 역시 살고 싶으면 박 전 대표의 말을 듣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