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멍청하십니까?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5-29 13:16:55

MB 정부가 국민을 “멍청하다”고 비웃었다.


그래서 꼬드기면 바로 세뇌가 가능하다는 것.


실제 은 지난 9일 문화체육부 홍보지원국 소속 공무원 12명이 참가한 정책 커뮤니케이션 교육에 사용된 68쪽짜리 자료집 '공공갈등과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 자료집에는 중앙정부 공무원 교육 자료집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황당한 내용이 많이 포함돼 있다.


특히 그 가운데 ‘멍청한 대중을 조작/영합’이라는 제목의 문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우선 국민(대중)을 ‘멍청한 존재’로 지목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거니와, 국민을 “비판적 사유가 부족해서 잘 꾸며서 재미있게 꼬드기면 바로 세뇌가 가능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가히 충격적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문건에는 “(국민은) 몇 가지 비판적 요소를 받아주고 ‘기술을 걸면’ 의외로 쉽게 꼬드길 수 있다”는 가르침(?)도 들어 있었다.


특히 “이념 아이템을 개발하라”는 공작방법은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가뜩이나 국민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데 모든 것을 ‘이념 대립’으로 몰고 가려는 이 같은 정부의 공작으로 인해 국민들 사이에서 또 얼마나 깊은 감정의 골이 형성되겠는가.


물론 정부의 이런 ‘이념 아이템 개발’ 공작이 일부 먹혀들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 인터넷상에는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어린 학생들의 요구를 ‘좌파적 요구’로 매도하는 글들이 최근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즉 광우병 위험요소가 있는 미국소 수입을 찬성하면 애국 우파요, 자녀들의 건강을 염려해 반대하면 친북 좌파라는 식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펴는 글들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국민을 “멍청한 존재”로 낙인찍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부의 말처럼 그렇게 멍청한(?) 국민은 20%대에 불과하다. 현재 MB 지지율 20%대라는 게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지 않는가. 역설적으로 나머지 70% 이상의 국민들은 정부의 그런 세뇌공작에도 넘어가지 않는 현명한 국민들이라는 뜻도 될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발언이다.


그는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의 확산 진원지로 방송과 인터넷을 지목했다. 그리고 이들을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대상으로 분류했다.


물론 언론인들은 그의 말처럼 관리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부패한 정부가 관리할 수 있는 대상이 결코 아니다.


네티즌을 관리하는 방법은 진정성이 담긴 호소뿐이다. 그런데 어느 네티즌이 MB 정부를 진정성이 있는 정부로 보겠는가.


지금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MB정부를 ‘꼼수 정부’라며 비아냥거리고 있다. 심지어 MB를 향해서는 ‘꼼수의 달인’이라는 달갑지 않은 칭호를 붙여준 사람들이 바로 네티즌들이다.


그들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MB에게 비판적이었던 네티즌들을 잡아다 무더기로 벌금형을 선고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그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역효과만 초래할 뿐이다.


실제 그렇게 해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네티즌들이 지금 관리가 잘 돼서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가?


천만에 말씀이다. 그들은 지금 인터넷 세상에서 ‘펄펄’ 나른다.


필자가 알고 있는 그런 정치논객들만 해도 어림잡아 십수명은 된다.


다시 말하지만 국민은 결코 멍청한 존재가 아니다. 달콤한 말로 꼬드긴다고 해서 모두가 넘어가는 대중은 아니라는 말이다. 따라서 MB 정부가 제아무리 자신들의 과오를 감추기 위해 ‘우파니 좌파니’ 하면서, 마치 이념 갈등인 것처럼 보이려고 애를 써보지만 잘 되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오직 양심에 따라 글을 올리는 네티즌들을 ‘꼼수’나 꼬드기는 것으로는 회유할 수 있겠는가. 그들을 비판적 사유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오만이다.


그들은 이번 쇠고기 전면개방 문제가 ‘이념문제’가 아니라, 오직 자신의 건강과 어린 자녀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생존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어느 정신 나간 사람이 촛불시위를 벌이는 어린 학생들을 향해 ‘좌파’라고 손가락질 한다고 해서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겠는가.


멍청한 것은 국민이아니라, 이처럼 현명한 대중을 멍청한 존재로 잘못인식하고 있는 MB정부의 관료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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