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 우파가 망할지도 모른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6-01 11:47:1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지하는 지지자들은 5년 후를 기약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우파 정당을 완전히 망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불행하게도 그런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미 필자가 밝혔듯이 이명박 정부의 전략은 ‘이념 아이템 개발’이다.

지금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촛불시위에 대해 MB 지지자들이나 그들의 꼬드김에 넘어간 사람들이 “좌파 배후”를 운운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러나 경찰이 살수차에서 뿌려대는 물대포를 맞는 어린 여학생을 보며, 가슴이 미어지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동영상에서 피 흘리는 청년을 보며, 마음아파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어린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시위현장에 나타난 젊은 부부를 보고 ‘좌파’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는가?

만일 저들이 모두 ‘좌파’라면 우리나라 국민의 80% 정도가 좌파일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우파정당의 미래는 없다. 지지자 없는 정당에 무슨 미래가 있단 말인가.

따라서 촛불시위를 벌이는 그들을 향해 ‘좌파’라고 규정짓는 행위는 매우 어리석은 짓이다.

실제 지금 촛불시위는 좌파세력이 주도하고 있는 게 아니라 선량한 우리 이웃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위이다.

사실 그들에게 이념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단지 자신의 건강, 나아가 어린 자녀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지극히 가정적인 사람들일 뿐이다.

그들 모두를 가슴에 끌어안아야 한다. 그래야만 5년 후도 기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파 진영에서도 MB를 향해 ‘쇠고기 전면 수입 재협상하라’는 강경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마치 침몰하는 MB와 운명을 같이하려는 듯 너무나 조용하다.

다만 박근혜 전 대표가 촛불시위 배후를 운운하는 것에 대해 “아니다”고 단호하게 못 박았을 뿐, 다른 친박 의원들은 일제히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다시 좌파가 득세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 같은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리얼미터의 주간 정례조사 결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한 주 만에 다시 5.3%p 하락, 24.3%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바닥이다.

한나라당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지난 주 40%대를 넘겼던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다시 12.5%p 하락해 32.9%에 그쳤다.

반면 통합민주당은 전주 대비 4.5%p 상승한 23.1%로 조사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지율 격차가 불과 한 자리수로 좁혀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도 2.6%p 증가한 10.3%를 기록했으며, 쇠고기 수입 재협상 촉구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자유선진당도 2.7%p 상승한 7.8%로 4위 자리를 지켰다.

그런데 4.9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친박연대의 지지율은 6.2%로 거의 꼴찌 수준이다.

검찰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서청원 대표와 양정례 당선자를 몰아붙였지만,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지지율이 올라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좀처럼 지지율반등을 가져오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지나치게 ‘복당’문제에만 얽매여 있다는 인상을 유권자들에 심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을 더 이상 지속시켜서는 안 된다.

박 전대표가 말하던 5월말도 지났으니, 이제는 당외 친박세력이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한다. 복당문제로 더 이상 박 전 대표에게 짐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당외 친박세력이 새로운 우파정당을 결성하고, 단호하게 MB의 실정을 질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한나라당에 복당 되더라도 친박은 독자목소리를 내야만 한다.

침몰하는 MB와 운명을 함께할 뜻이 아니라면, 반드시 그런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쇠고기 수입재협상 촉구는 물론, 은밀하게 추진되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 포기선언 촉구 및 의료보험 민영화나 공기업 민영화 재검토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만 5년 후 우파정당의 재집권을 꿈 꿀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친박이 MB 실정에 대해 계속 침묵한다면, 그 기다리던 5년이 오기도 전에 우파정당이 망할지도 모른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