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혜신당=화합보수당’ 뜰까?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6-02 16:20:11
요즘 인터넷에 뜨는 유머가 있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소탐대실’하다거나 ‘외유내강’하다는 말이 그것이다.
한 때 인터넷 상에서 뜨던 ‘강부자-고소영 내각’이라는 말을 압도할 정도다.
소탐대실이란 ‘쇠고기를 탐하다가 대통령직을 잃게 생겼다’는 말이고, ‘외유내강’은 ‘외국에 가서는 다 퍼 줄만큼 유약한 사람이 국내에서는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마저 강압적으로 짓밟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압권은 ‘명박스럽다’는 말일 것이다.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명박하다'는 말은 그동안 잘 쓰이지 않는 표현이었지만,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인사파문에 물가 급등, 광우병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널리 애용(?)되고 있다.
실제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야 하는 우리들은 참 명박하다""는 식으로 사용된다.
한 네티즌은 ""수입쇠고기 싫으면 돈 많이 벌어서 비싼 한우 사먹으면 되지""라고 친구가 말할 때 ""너 참 명박스럽다""고 응수해주면 된다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파생 의미도 생겼다. '명박'은 '명명백백한 사실도 박박 우기는 사람', '명박스럽다'는 '금방 자기가 한 일도 불리하다고 생각되면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의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또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 ‘돈만 있으면 된다’는 등 돈을 최고의 가치척도로 삼을 때도 ‘명박스럽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네티즌들의 이런 재미있는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다. 어쩌면 그렇게도 있는 현상을 정확하게 잘 표현해 내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정작 이 대통령은 자신이 ‘명박스럽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현상을 모르니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리 없다.
만일 자신이 ‘명박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자신의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할 때까지 계속해서 ‘명박스러운 짓’을 되풀이 하지는 않았을 것 아니겠는가.
실제 MB는 2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쇠고기 파동' 등 정국 현안과 관련해 ""각계 원로들을 두루 만나 민심수습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행정안전부에 관보 게재를 의뢰한 '미국산 쇠고기 장관고시'가 이달 3일 예정대로 관보에 게재될 것이란 소식이 들리는데도 MB는 이를 막을 생각조차 안하고 있다.
만일 쇠고기 장관고시가 취소나 수정되지 않고 3일 관보 게재로 공식 발효될 경우,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이 진행되는 등 미국산 쇠고기의 시중 유통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명박스럽다’는 것이다.
같은 날 박근혜 전 대표가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거듭 강조했으나,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당밖 친박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대책이라는 것이 조금씩 나왔는데 그걸로 국민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며 “근본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그는 “정부도 이것은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지만, 국민도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더 이상 이런 불상사가 나지 않도록 정부가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간곡히 당부했다.
만일 MB가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당부를 끝까지 외면할 경우, 당밖 친박세력은 복당 대신 ‘근혜신당’을 창당하는 길을 선택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대로 가다가는 몇 년 이내에 우파정당이 망하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근혜신당’은 당연히 박 전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줄기차게 부르짖었던 ‘민주화 세대와 산업화 세대간의 화합’과 나아가 ‘동서 화합’을 이루는 ‘화합보수’ 정당이 될 것이다.
‘근혜신당’ 창당여부는 이제 MB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그가 민심을 바로 읽고, 국민 앞에 진정으로 눈물 흘리며 잘못을 반성하면 박 전대표가 그의 곁을 지켜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꼼수’나 부리며 어떻게든 위기를 일시적으로 모면하려는 ‘명박스러운’ 행동을 한다면, 그도 더 이상 한나라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는 것 아니겠는가.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떠나는 바로 그 순간, 한나라당 지지율도 MB 지지율처럼 폭락하고 말 것이다. 물론 국민화합을 표방한 '근혜신당'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정당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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