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받는 아이들에게 우리 모두 관심을

박은진 (인천남부경찰서 경무계 경장)

시민일보

| 2008-06-10 18:37:33

태어나서 과일을 한번도 안먹어 본 아이가 있다는데 정말일까?

우리가 성찬이를 만난 건 얼마전 방문한 아동쉼터에서였다.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안녕하세요? 경찰언니들”이라며 깍듯이 인사를 하자 옆에서 “언니가 아니라 누나지”라고 해서 한바탕 웃음을 주었던 7살아이다. 보육선생님의 말로는 자폐증이 약간 있을 뿐이지 아주 영리하고 착한 아이라고 한다. 아동쉼터에는 부모의 학대로 이웃 등 주변의 신고로 오게 된 5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5살부터 초등학교 5학년아이까지 있었는데 우리는 우선 밀린 겨울옷 정리와 물품을 품목별 정리하고 싱크대 시트지 및 시설 청소 등을 해주고 나서 준비한 학용품과 과일, 과자 등을 차려놓고 둘러앉아 먹고 있었다. 나는 내 옆에 앉은 성찬이에게 바나나 껍질을 벗겨 건네주었다. 그러자 성찬이가 싫다고 고개를 젓는 것이었다. 그래서 “바나나 싫어하니?”라고 물었더니 옆에서 5학년짜리 아이가 “성찬이는 7년 동안 과일을 한번도 안먹어 봤대요”라고 했다. 7살 성찬이는 태어나서 과일을 한번도 먹어보지 못해 아예 과일자체를 거부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도 내가 자꾸 권하자 성찬이는 자기 앞에 놓인 과자접시를 들고 방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다시 나와 천진스럽게 다시 우리 옆에 앉아 이것저것 물어보던 성찬이

2007년 한해 동안 전국 아동보호기관에 접수된 아동학대 사례는 모두 5581건에 달한다고 한다. 이중 방임이 가장 많고 정서학대, 신체·성학대가 일어나며 79.6%가 가정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친부모가 가해자인 경우가 80% 가량으로 집계되고 가난 등의 원인이 크다고 한다.

가정에서 보살펴야 할 아이들이 당연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오죽하면 이곳에 왔을까라는 생각에 음식이 넘어가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방문하여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지만 이날 반나절의 경험은 나에게 많은 의미를 남겨주었다. 아이들은 미래의 희망이고 재목이다. 가정에서부터 버려진 아이들을 위해 우리 사회를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방문한 전날은 모 대학교 동아리에서 형들이 축구놀이도 하면서 놀아줬다고 한다. 아마 아이들이 바라는 건 학용품, 맛난 과자들이 아니라 바로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맞춰주는 것일거다. 우리가 교통안전교육을 할때 혀를 내밀며 장난치던 5살 아이, 수업은 무조건 싫다며 울면서 도망가던 성찬이, 의젓하게 잘 듣고 있던 초등학교 아이들. 부디 이 아이들이 빠른 시일내에 좋은 가정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다시 성찬이를 만난다면 그때는 과일도 잘 먹는 평범한 아이가 되어 있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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