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민심 vs MB 반격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6-19 11:05:23

100만인이 가냘픈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이에 맞서 이명박 대통령은 “신뢰 없는 인터넷은 독”이라며, 촛불의 출발점인 인터넷의 역기능을 강조하는 등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태세다.

MB를 상왕처럼 떠받드는 한나라당 지도부도 이에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세운 ‘당정분리’원칙은 이미 한나라당 내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실제 이 대통령의 ‘인터넷은 독’이라는 발언 이후 한나라당은 실명제 확대 등 인터넷 여론을 규제 또는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촛불에 담긴 민의를 귀담아 듣고, 잘못된 국정운영의 기조를 전환하는 방식 대신에 그들의 입을 틀어막는 방식을 선택하겠다는 뜻 아니겠는가.

이미 한나라당 내에서는 '인터넷 사이드카' 제도라는 기상천외한 방식을 도입하기위해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며, 경찰에서도 조직적으로 인터넷 여론에 대해 대응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인터넷 여론을 탄압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청와대가 인터넷 전담 비서관을 신설하는 등 인터넷 여론 수렴에 나서겠다고 예고했으나, 믿을 수 없게 됐다. 어쩌면 그런 명분과는 달리 ‘인터넷 장악’을 위한 음모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

정말 인터넷 여론을 수렴하려는 순수한 의도라면, 굳이 비서관을 둘 이유가 없다. 아무라도 10분 정도만 인터넷을 검색하면 제대로 된 민심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MB가 우려 하는 것처럼 네티즌의 여론 소통 구조에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인터넷 공간은 네티즌들의 찬반 의사표현을 통해 자율적인 규제가 암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면 한 네티즌이 필자를 향해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의 글을 쓴 적이 있다. 물론 아무런 근거조차 없는 비난이다. 그 글에 수많은 댓글이 달렸는데, 그와 가까운 사람들마저 그 네티즌의 글에 동의하지 않고 있었다. 이처럼 네티즌들은 현명하다.

무조건 악의적인 글을 썼다가는 인터넷 세상에서 매장당하기 십상이다. 자율적인 규제가 암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굳이 법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

만일 필자가 그 악의적인 글로 인해 큰 피해를 보았다고 느꼈다면, 명예훼손으로 고발했을 것이다. 그러면 그 네티즌은 그에 따른 법의 심판을 받았을 것이다. 즉 현행법으로도 얼마든지 ‘유언비어’ 혹은 ‘명예훼손’에 따른 제재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필자가 굳이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이미 설명한대로 수많은 네티즌들이 댓글을 통해, 그의 주장이 잘못됐음을 지적하고 있었기 때문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만일 MB가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는데도 어느 네티즌이 근거 없이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면, 마찬가지로 댓글이나 찬반 의사표시 등의 방식으로 그 글이 잘못됐음을 지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오히려 그 글에 동조하는 것은 그만큼 MB가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만일 이 같은 넷심을 공권력으로 탄압하려든다면, 100만 촛불시위가 200만 혹은 300만으로 확대 될 수도 있음을 엄중 경고한다.

촛불은 비록 살랑거리는 바람에도 꺼질 듯 가냘프게 흔들거리지만, 거기에 담긴 민심은 그 무엇보다도 강하다.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현 국면을 타개하겠다는 MB와 한나라당의 선택은 매우 위험하다.

지금 네티즌들은 가뜩이나 뿔난 상태다.

네티즌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악법인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독소조항으로 지목되는 선거법 93조는 반드시 철폐돼야 한다는 것.

이미 작년부터 3000여명의 네티즌들이 이 독소조항의 올가미에 걸려 수사를 받았고, 벌금형을 받은 네티즌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에 따라 이 오는 30일 오후 2시 국회 헌정기념회관에서 ‘선거법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연다고 한다. 그런데 MB는 이 같은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한 채, 시대를 역행하고 있으니 참으로 걱정이다.

경고하거니와 MB는 네티즌의 입을 틀어막으려고 궁리하는 시간에, 어찌하면 넷심을 국정운영에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하라.

성난 촛불 민심을 대하는 올바른 방식은 ‘반격’이 아니라, ‘굴복’이어야 한다. 이 세상의 그 어떤 권력으로도 민의를 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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