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화합’...지지자는 ‘편가르기’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7-01 17:17:06

필자는 요즘 홍역을 앓고 있다.

지난 30일 출판기념회를 열고난 후 사방에서 물어뜯는 승냥이들로 인해 심신은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필자에게 덕담을 건넨 것이 화근이다.

하긴 “고하승 국장님의 칼럼을 애독하고 있다”거나, “정확한 예측과 분석, 이런 것이 상당히 놀라울 때가 많았다”는 축사는 단순한 덕담 이상의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박 전 대표는 “때론 정치인보다 정치를 더 잘 아시는 게 아닌가하는 그런 느낌을 갖곤 했다”며 “앞으로 깊은 능력으로 국가발전과 정치발전 위해서 더 크게 일조하시게 되길 바란다”는 당부의 발언도 잊지 않았다.

박 전 대표가 누구인가?

그는 결코 ‘립 서비스’를 하는 정치인이 아니다. 고지식할 만큼 ‘원칙’과 ‘정도’를 강조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런 모습에 반했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박 전 대표의 ‘덕담’이 필자에게는 오히려 독배(毒杯)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를 바라보는 특정 지지자들이 필자를 향해 굶주린 승냥이 떼처럼 덤벼들기 때문이다.

마치 필자에게 ‘박근혜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참 우습다.

필자는 그런 네티즌들과 달리 언론인이다. 그들은 박근혜의 사랑을 자신만의 전유물로 생각할지 몰라도 필자는 추호도 그런 마음을 갖고 있지 않다. 오히려 박 전 대표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사실 필자를 공격하는 사람들의 논리대로라면, 박 전 대표는 평생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과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이 박 전 대표를 지지해서도 안 되고, 이회창 총재를 지지했거나 문국현 대표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박 전 대표를 지지해서는 안 된다면, 박 전 대표에게 ‘영원히 대통령의 꿈을 포기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런 사람이 자신은 ‘박근혜 지지자’라고 떠벌리고 다닌다. 과거에 노무현.이회창.문국현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아예 곁에도 오지 못하게 인의장막을 형성하려 들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는 결코 특정 계층의 지지자들끼리 ‘똘똘’ 뭉친다고 해서 승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런 모습은 다른 계층의 지지자들의 흡수를 방해할 뿐이다.

박 전 대표는 이 땅에 ‘화합의 정부’가 들어서기를 갈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홍사덕 의원은 지난 2007년 7월 12일,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시당 간담회'에서 당시 “박근혜 정부는 ‘화합정부’로 하자”고 제안했고, 이를 박 전 대표가 수용한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박근혜 캠프 선대위원장이었던 홍 의원은 ‘화합의 정부’에 대해 ""남과 북이 화합하고, 호남 영남이 화합하고, 빈부가 화합하고, 가진 자 못가진 자가 화합하고, 노동자와 사용자가 화합하고, 양극화가 화합하고, 갈라진 이념이 화합하여 일심단결하고 나라를 발전시키고 선진 대한민국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박 전 대표는 “저는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다”며 ‘화합의 정부’를 약속했다.

물론 필자는 그를 믿는다.

만일 그가 대통령에 당선됐더라면, 지금쯤 전국 곳곳에서 ‘화합’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을 것이다.

박 전 대표가 꿈꾸는 ‘화합의 정부’가 무엇이겠는가.

국민끼리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정부를 말하는 것일까?

박근혜를 마치 자신들의 전유물인양 생각하고, 극단적인 ‘편가르기’를 하는 그런 정부일까?

아니다.

과거 누구를 지지했건, 그건 중요치 않다. 박 전 대표가 그리는 ‘화합의 정부’에 찬성하는 사람들이면 누구라도 그를 지지할 수 있다. 그리고 박 전 대표는 그런 사람들과 더욱 가까이 가야 한다.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승냥이 같은 무리들이 괜히 박 전 대표를 공격하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이미 어떤 네티즌은 필자와 박 전 대표가 함께 얼굴을 맞대고 웃는 모습이 싫어서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고 선언까지 한 마당이다.

정말 왜들 그러는가.

박 전 대표는 남과 북이 화합하고, 호남 영남이 화합하고, 빈부가 화합하고, 가진 자와 못가진 자가 화합하고, 노동자와 사용자가 화합하고, 양극화가 화합하고, 갈라진 이념이 화합하길 원하는데, 자칭 그를 지지한다는 사람들이 극단적인 ‘편가르기’를 해서야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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