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정몽준 뿔났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7-24 16:23:50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뿔났다.

실제 김 지사의 이명박 정부를 향한 비판은 도(度)를 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만큼 거칠다.

그의 입에서 ‘배은망덕’이라느니, ‘미친 짓’이라느니, ‘국가전체의 틀에서 보는 안목이 결여된 정부’라는 등의 용어들이 거침없이 튀어 나왔다.

물론 김 지사는 24일 와의 통화에서 “청와대가 아니라 정책에 대한 표현”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사실은 그게 그거다.

실제 김 지사는 전날 한 회의에서 “대통령께서 데모하는 사람 봐주기를 한다면 우리도 촛불집회를 해야겠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는가하면, “경기도가 현 정부 출범에 기여하고 노력했다. 도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해도 부족한데 정부의 경기도에 대한 정책은 배은망덕”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다음 날에도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면 경제의 가장 중심인 국가성장 동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이명박 정부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심지어 그는 “성장동력인 수도권의 규제를 풀고 지방 발전 방안이라는 상생정책을 국가전체의 틀에서 보는 안목이 결여된 정부”라고 맹비난했다.

뿐만 아니라 김 지사는 수도권 규제완화 후퇴반대와 비수도권에 치우친 지역발전추진전략 반대에 대한 1000만인 서명운동에 들어가는 등 직접 실력행사에도 나설 예정라고 한다.

물론 김 지사의 이 같은 지적은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지사의 이 같은 잇따른 강경발언을 ‘대권행보’와 연계시키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너무 인기가 없으니까 정부와 거리두기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즉 인기 없는 노무현 정권 당시 민주당 대권주자들이 모두 ‘탈 노무현’을 시도했던 것처럼, 인기 없는 이명박 정권으로 인해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한 사람인 김 지사가 ‘탈MB’를 모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

물론 김 지사는 “헛다리짚은 것”이라며 이 같은 사실을 일축했다.

결코 대권을 의식한 발언이 아니라는 말이다.

필자 역시 그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비판=대권행보’라는 인식이 정치권에 팽배한 이유가 무엇일까?

어쩌면 이명박 정부의 조기레임덕 현상 때문일지도 모른다.


실제 김 지사만 뿔난 것이 아니라, 정몽준 최고위원도 뿔났다.

물론 정 최고를 뿔나게 만든 것은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한나라당 시스템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 대통령이 몸담고 있는 정당이다.

단순히 몸만 담고 있는 게 아니라, 아예 친이 세력들이 당직을 독식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사실상 ‘이명박 당’인 셈이다.

따라서 한나라당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곧 MB에 대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정몽준 최고위원은 24일 최고위원회의에 또 불참했다.

21일, 23일에 이어 세번째다.

이에 대해 정 최고는 “20일 아침 중요 현안인 독도 문제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을 논의하는 고위당정회의에 다수의 임명직 당직자들이 참석했음에도 유독 최고위원들만 배제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내 일각에서는 정 최고위원의 ‘당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제스처’로 보는 견해가 있다.

즉 ‘MB사당화’ 되어 가는 정당의 시스템을 문제 삼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민주적이고 원칙적인’ 당 운영 개선책 마련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임으로서 당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한마디로 ‘이명박 당’에 대한 반기인 셈이다.

물론 정 최고위원 역시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일찌감치 이명박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는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 당내 유력 대권자주자로 거론되는 김문수, 정몽준 등 3인이 모두 ‘탈 MB'를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마치 노무현 정권 말기 정동영 민주당 후보 등 모든 후보들이 ‘탈 노무현’을 시도하던 상황과 너무나 닮았다. 벌써 레임덕인가?

그나저나 이 대통령도 죽쑤고, 민주당도 외면당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마저 무너지면 국민들은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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