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 ‘권언유착’ 우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7-30 18:12:19
MB정부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기업인 출신보다 언론사 출신들이 훨씬 많다.
이명박 정부의 사람들은 철저하게 '미디어 프렌들리'를 구사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이는 지난 해 8월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때 이미 예고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실제 대통령 경선 당시 대부분의 언론이 ‘대세론’ 후보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모양새를 취했고, 이에 따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당원.대의원 및 일반 국민들이 참여한 현장 투표에서 승리하고도 여론조사에서 패해 후보 자리를 MB에게 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가 패한 주된 요인은 각 언론사가 MB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을 호도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재계 출신의 대통령과 장관이 포진해 있는 현 정부 인사 중에서 대기업 출신보다도 언론·미디어 출신 인사들이 훨씬 더 많았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6월부터 7월 사이에 인적개편을 실시했는데, 그 중에서 공무원 출신이 최다이고, 그 다음이 언론사 출신들이라고 한다.
특히 청와대의 경우 무려 12∼13명에 달하는 비서관이 언론·미디어 출신으로 구성됐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실제 언론인 출신 비서관으로는 이동관 대변인(동아일보 정치부장·논설위원), 이동우 홍보1비서관(한국경제신문 전략기획국장), 이성복 홍보2비서관(조선닷컴 편집국장), 이은혜 부대변인(MBC 기자·앵커), 곽경수 부대변인(KBS·MBC 기자), 박흥신 언론1비서관(경향신문 산업부장), 박선규 언론2비서관(SBS·KBS 기자) 등등 무수히 많다.
김두우 정무기획비서관은 중앙일보에서 정치부장과 논설위원을 지냈고, 정인철 기획관리비서관과 김상협 미래비전비서관은 매일경제 기자 출신이다.
또 김상협 비서관의 경우 mbn 앵커와 SBS 보도국 미래부장으로도 근무했으며, 신혜경 국토해양비서관도 중앙일보 전문기자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김철균씨는 언론사는 아니지만 여론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종합포털 다음 부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동양통신 기자로 시작해 동아일보에서 편집국 부국장까지 지냈다.
송도균 방통위 부위원장도 MBC와 KBS, SBS를 모두 거친 기자 출신이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2차관 역시 한국일보 기자 및 주간조선 편집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물론 이들이 모두 경선 때부터 이명박 대통령을 은밀하게 지지했는지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중립을 가장하고 은밀하게 이명박 당시 후보를 지원한 대가로 한 자리를 꿰차고 앉은 것이라면 이는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특히 그런 방식은 여론을 왜곡시키는 요인으로서 비난 받아 마땅하다.
언론인의 기본윤리강령에도 어긋나는 행위다.
어쩌면 이들 가운데는 ‘줄서기’ 공로가 아니라, 능력을 당당하게 인정받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억울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인사가 대체로 미심쩍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는 ‘오비이락(烏飛梨落)’일까?
아무튼 이런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인사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
방법은 둘 중 하나뿐이다.
각종 선거 때마다 언론사로 하여금 미국처럼 지지후보를 공개적으로 발표하게 하거나, 아니면 언론인으로 하여금 사퇴 후 일정기간 동안 총선에 출마하거나 정부 기관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제재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만일 이런 시스템이 미리 구축돼 있었다면, 지난해 8월 한나라당 경선에서 도덕적으로 흠결이 많은 이명박 후보가 대중적 지지를 받는 박근혜 후보를 꺾는 이상한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여야 정치권은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
특히 언론인들은 ‘형평성’ 문제 등을 거론하며, 이를 논의하는 데 제동을 걸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자신의 희생으로 올바른 정치문화가 정착된다면 기꺼이 ‘독배(毒杯)’를 마실 수 있어야 진정한 언론인이 아닐까?
필자는 기꺼이 그 독배를 마실 각오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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