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 스크린 독과점’ 또 논란

‘놈놈놈’‘눈눈이이’‘님은 먼곳에’ 상영관 80% 독식

시민일보

| 2008-07-30 19:52:51

관객들, 다양한 선택 제한 당해
영화사들 ‘침묵의 카르텔’ 형성
극장 “현 상황 뾰족한 수 없다”



매회 여름 되풀이되고 있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올 해도 불거졌다.

500만 고지로 달려가고 있는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이 8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상영을 시작한 이래 ‘님은 먼곳에’와 ‘눈에는 눈,이에는 이’가 저마다 스크린을 확보하려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놈놈놈’과 ‘님은 먼곳에’, ‘눈눈이이’는 각각 700개와 500개씩 스크린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스크린수가 2000 여개인 것을 고려하면 세 영화가 차지하는 스크린은 전체 스크린의 80%에 달한다.

세 영화를 제외한 다른 영화를 보려는 관객이나 다른 영화 관계자들로서는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볼멘소리가 절로 나올 만하다. 공교롭게도 세 영화는 국내 3대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아 배급력에서 뒤지는 여타 배급사들의 질시를 사고 있다.

세 영화가 스크린을 장악한 결과 관객 입장에서는 다양한 선택을 제한당하고 있다. 실제로 공포영화 ‘100피트’의 경우 오후 3시와 새벽 1시30분에 상영되는 등 ‘퐁당퐁당’(교차상영)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세 영화 외의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은 관객은 발걸음을 돌리거나 불가피하게 선택을 강요당하는 실정이다.

대학교 중간고사가 끝나는 5월부터 여름 방학 시즌인 7~8월은 극장가가 가장 꼽는 성수기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유독 이 시기에 집중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극장 입장에서는 비수기 때 줄어든 관객을 만회하기 위해 화제작에 스크린을 몰아주고, 배급사 또한 스크린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는 점에서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한 영화가 전국 스크린의 절반을 차지하는 웃지못할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대해 지금까지 영화계에서는 한국영화에 대해서는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짐짓 옹호하는 편이었다. ‘괴물’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일었을 당시 김기덕 감독이 앞장서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관객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올 해 한국영화의 침체가 계속되자 스크린 대량 확보에 대해 다시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크로싱’의 경우 ‘강철중’이 스크린을 대량 확보하면서 ‘퐁당퐁당’으로 밀렸다고 배급사끼리 얼굴을 붉히기도 했지만 공론화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한 영화 제작자는 “한 영화가 잘된다고 한국영화계가 다시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숨통이 터져야 자금의 흐름이 원활해지기 때문에 아쉬움이 있어도 크게 이야기할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극장측에서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한 멀티플렉스 체인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극장업이 침체된 상황에서 화제작을 목메어 기다려왔다”면서 “현 와이드 릴리즈 구조에서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불법 다운로드 등으로 DVD 등 2차 판권시장이 붕괴된 가운데 개봉 첫 주에 흥행 성패가 좌우되는 현 상황에서는 와이드 릴리즈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영화계에서는 스크린 독과점을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정체된 가운데 4기 영진위원회를 이끄는 강한섭 영진위원장이 평소 스크린 독과점에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해왔던 터라 어떤 변화가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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