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택 교육감에게 바란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7-31 12:39:15

먼저 공정택 교육감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30일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당선자는 유효 투표 124만5326표 중 49만9254표(40.09%)를 얻어 47만7201표(38.31%)를 얻은 주경복 후보를 1.78%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한 마디로 ‘국민은 무능한 이명박 대통령도 싫지만, 전교조를 더 싫어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택-주경복 후보의 양강 구도로 진행된 이번 선거는 여러 면에서 공 후보에게 불리한 싸움이었다.

우선 주 후보 지지자들은 전교조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반면, 반(反) 전교조 후보들은 공정택 후보 외에도 4명의 후보가 더 있었다.

따라서 이들, 즉 전교조를 반대하는 후보들의 표가 분산되는 것은 불 보듯 빤한 일이었다.

실제 투표 일주일 여를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주경복 후보가 1등으로 나타났었다.

특히 보수 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겨우 20%대를 헤매고 있는 상태에서, 역시 같은 보수 층 지지자들의 표를 모아야 하는 공 후보로서는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 교육감은 비록 근소한 차이지만 당당하게 승자가 됐다.

이로써 서울시 최초의 직선 교육감이 된 것이다. 그가 갖는 권한은 예전의 임명직 교육감시절과는 차원이 다르다.

서울시 교육정책에 대해 그는 막강한 권을 갖게 됐다는 말이다.

따라서 그가 어떤 교육정책을 펼치게 될 것인지 서울시민들은 앞으로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될 것이다.

물론 는 그동안 공 교육감을 옆에서 지켜본 결과, ‘서울시교육감으로서 손색없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내릴만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그는 지난해 12월 6일 청소년 육성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청소년연맹(총장 차종태)에서 주는 ‘한국청소년연맹 청소년 대훈장’을 받았으며, 올해 3월 4일에는 청소년단체 활동지원에 대한 공로로 한국스카우트연맹이 수여하는 최고 훈장인 무궁화금장을 받기도 했다.

청소년 교육문제에 관한 한, 공 교육감처럼 열정적인 사람도 흔치 않을 것이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면, 공 교육감이 혹시 ‘영어몰입교육’을 강행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잘 알다시피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아륀지(오렌지)' 열풍을 일으키며 영어몰입교육을 추진하다가 대중적인 반대에 부딪혀 정부 정책으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꼬리를 내린 바 있다.

그런데도 당시 공 교육감은 “영어몰입교육을 올 해부터 시작하고 확대할 것”이라고 당당하게 소신을 밝힌 바 있다고 들었다.

따라서 필자는 이제 겨우 꺼져가는 ‘영어몰입교육’ 논란에 또 다시 불을 지피게 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이와 관련 공 교육감은 31일 “세계화 시대를 맞이해서 영어 교사 전문성 신장, 전 학교의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 고용, 영어 전문 교실 설치 등을 통해서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키워주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계획”이라며 “그런 다음에 영어로 수학 수업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함부로 영어몰입식 교육을 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며 “철저히 준비해서 3~4년 후에는 몰입교육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제를 달고 있지만, ‘영어몰입교육’을 하겠다는 뜻만큼은 분명하지 않는가.

영어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세계화시대에 영어 교육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영어가 전 국민이 모두 영어로 소통을 해야 할 만큼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영어로 소통을 평생에 단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국민이 태반이다.

그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사는 국민들 역시 수두룩하다.

어쩌면 영어 소통이 필요한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수가 훨씬 더 많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공 교육감은 이제부터라도 ‘영어몰입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 교육감은 비록 전교조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고는 하나, 그의 정책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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