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60주년 이라고?
김재균 (민주당 국회의원)
시민일보
| 2008-07-31 18:20:52
일본 교과서 독도영유권 표기, 미국 지명위원회의 독도 귀속국가 명칭 변경 파문 등 연이은 독도 문제를 생각하면 어느 때보다 광복절의 의미가 크게 다가오는 것은 대다수 국민들이 느끼는 심정이다.
때문에 이번 8.15때는 ‘시청광장이라도 나가봐야겠다’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예년하고 다른 점이 있다.
‘광복 63주년’은 듣기 어렵고 온통 ‘건국 60주년’ 현수막과 휘장뿐이다.
8월15일이 슬그머니 건국절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일부 민간단체들이 추진하는 것인데 예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겠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지난 7월3일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 등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개칭하자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또한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를 구성하고 ‘광복’보다 ‘건국’의 의미를 기념한다고 한다.
8.15 중앙경축식도 건국을 기념하는 단체가 주관하면서 거의 건국절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비슷한 역사관을 보여주고 있는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개헌선을 넘었고, 성난 황소 마냥 인정사정없이 무조건 달려들고 밀어붙이는 정부여당의 행태로 보아 설마하고 있기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광복절을 건국절로 대체하자는 주장은 헌법전문에 명시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무시하는 반 헌법적이고 반 민족적인 발상이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지우려는 까닭이 무엇인가? 독립운동의 역사를 배제하고 친일의 역사를 지우기 위해서 아닌가?
친일파는 해방 이후 끊임없이 임정을 부정하고 자신들의 행각을 감추기 위해 노력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헌법 전문 개정이다.
본인 스스로가 친일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박정희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한다고 되어 있는 1948년 제정헌법 전문을 1962년 헌법 전문개정을 통해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한다고 바꿔 임정의 법통을 지워버렸다.
그러다가 87년 6월 항쟁의 산물로 이루어진 헌법개정에서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전문을 다시 개정함으로써 임정의 법통을 겨우 되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87년 체제보다 더 발전된 대안을 찾아야 하는 시점에 개헌의 키를 그런 분들이 쥐고 있다는 것은 불행 중에 불행이다.
그들이 국민들을 무시하고 2008년의 헌법을 62년으로, 무려 46년 뒤로 돌리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국절 논란이 헌법 전문개정의 관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가시지 않는다.
올해는 1919년 임시정부가 만들어진 때로부터 건국 89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런데 정부는 한사코 임정을 지우고 건국 60주년을 기념한다고 한다.
이렇게 중대한 문제에 대해 일체의 사회적 공론과 합의가 없었고, 그런 정책적 의지조차 없었다는 사실에 말문이 막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자신들의 친일세탁 이벤트에 국민들과 야당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들러리 일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민주당이 건국 60주년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맞는지 심각하게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고 했다.
대화가 될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정부에게 역사와의 대화를 권한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