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교수,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펴내

“고단한 현대인들에 보내는 응원가”

시민일보

| 2008-07-31 19:35:28

이어령(74·사진) 교수가 늙은 시인으로서 삶을 관망한다. 초대 문화부장관, 문화평론가, 소설가 등으로 활동하다 고희(古稀)를 넘겨 시인 타이틀을 추가했다.

이 교수는 30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로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문학세계사)를 들고 나왔다. “신본주의와 인본주의가 한 인간의 가슴에서 처음으로 악수하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일본에서 2년간 외롭게 살아가며 적은 ‘교토일기’를 언급했다. “외로움 속에서 글을 쓰다 보니 그 중 산문이라고 말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며 일기를 쓰다 탄생한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등을 읊었다.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는 고독한 현대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보통사람을 뜻하는 ‘어느’와 지식인으로서의 고백인 ‘무신론자의 기도’라는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무신론자임에도 끝없이 기도하는 것이 현대인의 외로움이 아닌가.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고단한 마음을 품고 있다”며 “신을 믿지 않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보내는 응원가이자 찬미가”라고 설명했다.

순간순간의 감정을 담은 일기 속 메모가 결국 시가 됐다. 얼떨결에 시집까지 내기에 이르렀다. “기억 속 언어들을 썼는데 남들이 시라고 불러주면 시고, 메모라고 한다면 감상적인 메모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겸양했다.


현란한 수사와 기교가 화려했던 예전 작품과도 차별했다. “산문보다 무디고 가죽 같은 언어를 사용했다. 뻣뻣한 언어가 많다”는 변화를 알렸다. 쉽게 쓰는 대신 뜻은 더 깊어졌다.

세상을 뒤흔들 파격적인 시집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게 시냐?”는 말이 절로 나올 법한 시집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단, 생전이 아니라 사후에나 출간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편은 물론 시론도 담는다. 장관 시절 자신의 아이디어인 88 서울올림픽 개막식의 상징과도 같은 ‘굴렁쇠 소년’을 예로 들며 “나는 새로운 것을 모험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가 제대로 시를 쓴다면 아마 요란하게 쓸 것”이라고 예고했다.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에도 이같은 시론을 일부 넣었다. ‘양계장 보고서’가 보기다. 보고서와 독후감이 결합된 특이한 형식의 글이다. “댓글, 블로그글, 광고카피 등이 미래의 시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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