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의 헤이그특사와 잊혀진 독립군자금
허정환 (서울지방보훈청 선양교육팀장)
시민일보
| 2008-08-04 18:51:49
서울 중심에 양화진이란 곳이 있다. 양화진(우리말로 버들꽃나루)은 조선말 교통과 국방의 중요 요충지로 이곳에는 일제 암흑기에 외국인으로 한국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이 잠들어 계신다. 대부분 선교사와 그 가족들로 이들은 서양식 병원과 학교를 세워 의료와 교육으로 민중을 치료하고 계몽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일제 침략행위의 부당성을 공감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함께 독립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해 일본의 야만성을 만방에 폭로한 베델이 그렇고,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파랑 눈의 독립운동가 헐버트가 그렇다. 관련 업무를 하면서 5월에는 베델선생 추모식을 위해, 8월에는 헐버트 선생 추모식을 위해 이곳을 찾으며, 과연 이들이 한국을 사랑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항상 궁금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항상 메아리로 되돌아오는 물음 속에 “그래 외국인도 우리나라를 이처럼 사랑했는데, 한국인인 나는 더 아끼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며 스스로 대답을 찾는다.
돌아오는 5일은 헐버트 선생의 59주기이다.
올해는 광복 63주년이다. 우리는 그동안 이념의 혼란과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세계 경제대국으로 놀라운 성장을 했다. 앞으로 달려갈 길도 많지만 이젠 우리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며 숨 가쁘게 달려오느라 놓쳐버린 것들을 하나씩 챙겨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료보관과 분류가 가장 선진국인 미국이기에 아직도 봉인된 헐버트 박사의 자료는 어딘가에 잘 보관돼 있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박사의 유지를 받들어 이제라도 우리가 해결하자. 꼭 돈을 돌려받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당시 일본의 만행을 세계에 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해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겉은 선진국 무늬이지만 속과 정신은 아직도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의 실체를 전 세계인들에게 인식시켜 주는 것, 이것이 다른 방향에서 독도문제를 해결하는 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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