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수 물러나고 한진희 중용하라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8-06 16:47:43
촛불시위 당시 유연한 대응을 했다는 죄목(?)으로 한진희 서울경찰청장이 부임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경질을 당했다.
그 후임으로 이명박 대통령 핵심 측근의 신임을 받는 사람이 자리를 차고앉았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새 서울경찰청장은 경북 경주 출신의 김석기 청장이다
그는 현 정부 실세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대구 대륜고 후배로,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차기 경찰청장 1순위 후보로 꼽혀왔던 사람이다.
그는 서울경찰청장에 부임하자마자 이명박 정권을 지키기 위해 초강수를 뒀다.
바로 경찰들에게 ‘인간사냥꾼’이 되기를 종용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서울경찰청은 촛불집회 참석자 연행시 2만~5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키로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국민들은 공권력이 국민을 '사냥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게 아니냐며 분노를 폭발시켰다.
서울경찰청 홈페이지는 6일 경찰의 포상금 지급 방침을 비난하며 수백여개의 비난성 글들이 폭주하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로 인해 실명으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원색적 표현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수만씨는 ""마치 과수에 피해를 주는 금수 사냥에 나서는 사냥꾼들과 같은 당신들의 모습을 응원합니다""라고 꼬집었으며, 원병수씨는 “무슨 사냥대회 하고 있는 겁니까?”라고 힐난했다.
특히 원씨는 “시위자를 잡으면 상금을 준다는데 혹시 일본에서는 그렇게 하나요? 선진국 일본에서 많은 걸 배워 오신 분이 수장을 맡으셨다는데...""라며 김 청장을 노골적으로 힐난했다.
또 허진씨는 “언제까지 이어질 정권이 아닙니다. 정신차리십시오. 당신네들이 눈치를 봐야할 주체는 국민입니다""라고 질타했다.
송재근씨는 “이제 성과금 받으려고 아무나 미친 듯이 잡아가도 되겠네? 하루에 10명씩만 잡아가도 다 불구속이어도 20만원”이라며 “그렇게 한달이면 600만원...야 이렇게 좋은 직업이 있는 줄 몰랐네""라고 비아냥거렸다.
심지어 자신을 경찰가족이라고 밝힌 원혜정씨는 ""전두환 때도 안하던 짓을 하다니 놀랍습니다""라며 ""직업이 경찰이어서 원하든 원치 않든 진압나가는 것 이해하지만 포상금이라니요? 코메디입니다""라고 개탄했다.
정치권도 발칵 뒤집어 졌다.
야당들은 이날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강력 비난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경찰이 드디어 미쳤나 보다""며 ""국민을 사냥한다는 경찰 이야기는 처음 들어봤다""고 질타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포상금이 지급된다면 성과급에 눈이 먼 경찰의 과잉진압은 불을 보듯이 뻔한 것이고, 과잉진압은 또 다른 폭력시위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확대 재생산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그야말로 야만적인 행태""라며 ""국민을 상대로 '노예사냥'하는 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제적, 세계적인 망신""이라고 질책했다.
진보신당 신장식 대변인 역시 ""성과급 지급은 명백한 인간사냥""이라고 질타했다.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이처럼 경찰들에게 ‘인간사냥꾼’이 되기를 사실상 강요하는 이유는 이명박 정권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심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김 청장이 그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는 한 어떤 형태로든 시위대를 강경진압하려 들 수밖에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어쩌면 여론의 이런 몰매쯤은 이명박 정권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스스로 안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김 청장을 경질시키고, 어청수 청장을 사임시키지 않는 한 이런 일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어청수 청장의 후임으로는 촛불시위에 대해 초기에 유연하게 대응했던 한진희 경찰대학장이 적임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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