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재훈 “이번 영화선 안 웃겨요”

‘당신이 잠든 사이에’ 주연으로 스크린 컴백

시민일보

| 2008-08-10 18:53:11

내성적 역할맡아 웃음템포 접고 관객에 접근



예능인 탁재훈(40·사진)이 영화배우 탁재훈으로 돌아왔다. TV에서 보여준 개구쟁이 성격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스크린 앞에 섰다.

영화‘당신이 잠든 사이에’서 10년 동안 한 여자를 짝사랑하며 ‘필름’끊긴 그녀의 술주정을 받아주는 주연 ‘흑기사 철진’역이다.

탁재훈을 향해 기대하는 웃음은 ‘무조건, 무조건’이다. 웃겨야 본전이고, 포복절도하게 만들어야 “잘 했구나”소리를 듣는다. 이런 탁재훈이 되레 웃음 템포를 한 단계 낮추고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웃음을 접고도 유쾌함이 새어나옴을 느낀다면 그제야 ‘탁재훈이 맞구나’, 느끼게 되는 영화다.

영화에서 탁재훈은 예지원(35)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배역이다. 예지원의 코믹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스스로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탁재훈의 어시스트로 예지원이 웃음 골을 넣는 영화다.

탁재훈은 “남녀 배우가 균등하게 배역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극 흐름상 웃음을 자제해야 했기 때문에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고 밝힌다. 감독 역시 탁재훈에게 진중함을 주문했다.

자연스럽게 ‘탁재훈의 유머가 빛을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나왔지만, 당사자는 개의치 않았다. “내가 야구를 잘한다고 3루수를 봐야 하는데 2루수로 뛰어 가서 볼을 아웃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는 상황파악이다. “얼마든지 웃기려면 웃길 수 있었지만, 그랬다면 ‘웃찾사’나 ‘개그콘서트’가 됐을 것이다.”
탁재훈은 실제 성격이 이번 영화 캐릭터 만큼이나 ‘내성적’이라고 규정한다. “TV에 나와서는 이를 악 물고 한다”는 믿거나 말거나식 주장이다. 구체적으로는 “너 (내성적으로) 그러면 안 된다. 안 된다. 방송 못한다고 주문을 건다”고 털어놓는다.

동시에 그저 웃겨주기를 바라는 시선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고 고백한다. “원래는 조용한 면도 많고,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한다”면서 “가만히만 있어도 화난 줄 알더라. 말 안하고 가만히 생각하고 있는데도 화났냐고 묻는다”며 억울해 했다.

의심스럽기만 했던 ‘내성 탁재훈’의 면모는 대화하면서 일부 사실로 감지됐다. 내내 쭈뼛거리는 태도…. 그러나, 그는 영화배우 신현준(40)을 보자마자 돌변했다. “압둘라 하산!”이라고 외치며 “내 유일한 외국친구”라고 소개했다.

결국 탁재훈은 한 가지 성격으로 단정할 수 없는 배우다. 14년 경력의 만능 엔터테이너이건만 카메라 앞에 서면 아직도 표정과 몸이 굳고 만다. 역시, 내성적이라는 자가진단에 수긍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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