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좀 더 독해져야 한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8-11 14:29:01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손꼽히는 인물 가운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야말로 군계일학(群鷄一鶴)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명박 정부에 완전히 등을 돌린 민심이 언제 박 전 대표마저 외면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지율 20%대에 머물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사실상 식물정권이나 마찬가지다.

회생불가능하다. 이미 조기레임덕현상에 빠진 상태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익사직전의 정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익사 직전의 인명을 구하려고 무작정 손을 내밀었다가는 그와 함께 물귀신이 되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지지자들은 박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어 이명박을 구하라고 떼를 쓰고 있다.

죽을 땐 같이 죽더라도 한나라당이라는 한 배에 탄 이상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미친 짓이다.

산 사람은 살아남아야 한다.

손을 내밀어 구할 수 있다면 몰라도, 어차피 구하지 못할 목숨 아닌가?

박 전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더라도 국정지지율이 30%대를 치고 올라가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이미 곳곳이 썩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언니 게이트’로 불리는 영부인 김윤옥씨 사촌언니의 비례대표 공천장사로 정가를 강타하고 있는 마당이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의 사촌처형 김옥희 씨가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 직전에 청와대와 집중적으로 통화했으며, 공천탈락 후에도 수차례 더 통화한 것으로 검찰의 통화내역 조회결과 밝혀졌다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유한열 고문 군납품비리 청탁사건이 터져 나왔다.

5선 출신의 한나라당 상임고문이 연루된 전형적인 이권개입 사건인데다 맹형규 청와대 민정수석, 공성진 최고위원 등 당·청의 핵심 인사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비록 '개인적 비리일 따름'이라는 입장이지만 서울시의회 뇌물 살포 사건도 한나라당에게는 부담이다.

또 미국산 쇠고기 수입파동으로 촛불시위만 일어난 게 아니라 농촌이 죽어가고 있다.

우유부단한 독도문제도 그렇고,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한 정부의 무능함도 짜증이 난다.

그런데도 박근혜는 침묵하고 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

물론 필자는 그의 깊은 뜻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선거는 필자처럼 정치를 잘 아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다.

평소에는 정치 문제에 무관심한 일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설득시킬 수 있어야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는 침묵을 깨고 독자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명품 ‘박근혜’ 브랜드를 살리는 적절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비록 한나라당이라는 한 배를 탄 이명박 정부를 향한 비판이어도 국민을 위해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이명박 일병 구하기’는 굳이 박 전 대표가 아니라도 민주당에서 애를 쓰고 있는 마당이다.

실제 박주선 최고위원은 11일 정연주 KBS 사장 해임문제와 관련, ""오늘은 법치주의가 파괴되고 언론 말살의 조종이 울린 날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대통령의) 직권 남용이기 때문에 분명히 탄핵사유""라고 주장했다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즉각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민주당 언론장악저지대책위원회가 검토한 대통령 탄핵소추안마저 당 지도부로 보고되면서 사실상 폐기됐다고 한다.

즉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되, 탄핵 등의 방법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대로 4년 6개월만 보내면 차기 정권을 민주당이 장악할 수 있는데, 굳이 지금 이 대통령을 끌어내릴 필요는 없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올곧고도 분명한 독자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국민과 자신을 위해서라도 좀 더 독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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