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리더’에서 ‘국민리더’로 거듭나라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8-17 11:26:41
한나라당 내 친이명박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가 17일 예정됐던 워크숍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번 주가 연휴여서 참석자 수가 많지 않을 것 같아 조만간 다시 일정을 잡기로 했다는 게 연기의 주된 이유라고 한다.
당초 ‘함께 내일로’ 소속 의원들은 17일부터 강원도의 한 리조트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워크숍을 열고 외부인사의 초청 강연을 들은 뒤 향후 국정 운영 방향과 공기업 선진화 등 각종 당내외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
물론 일정을 잡을 때, 이번 주가 연휴라는 사실을 그들이 몰랐을 리 없다.
그러나 ‘이명박’이라는 이름을 걸고 ‘모이라’고 하면, 너나없이 ‘우르르’ 몰려들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실제 이 모임은 지난달 친이명박계 의원들을 주축으로 결성됐으며, 최근 회원 수가 40여명에서 50여명으로 늘어나는 등 그 세가 급격하게 확대되는 모습을 보여 왔었다.
하지만 이 모임에 참가하는 의원들은 그저 ‘보험’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즉 지금 안 들면 나중에 공천 받을 때 손해 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가입은 하되, 적극성은 보이지 않는 그런 모임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쩌면 나중에 ‘이명박 계파 의원’이라는 달갑지 않은 딱지가 자신의 이력에 따라 붙을 것을 알고, 미리 경계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워크숍 일정을 연휴라는 핑계를 앞세워 불참하려고 들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유권자들에게 지지율 20%대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라는 게 알려져 좋을 리 없지 않는가?
오히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다음 총선에서 물먹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제 친이(親李, 친 이명박)는 사실상 소멸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반면 친박(親朴, 친 박근혜)의 모습은 어떠한가.
기세가 등등하다.
지난 6월 30일 필자의 저서 출판기념회에 때는 현역 의원들만 무려 40여명이 참석했다.
친박계 의원 연구모임 ‘여의포럼’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여의포럼은 지난 6월3일부터 8월5일까지 8차례 모임을 가졌다.
개헌, 북핵문제, 원유 등 원자재 가격 변동과 경제적 효과, 공기업 민영화, 한일 관계, 한미 소고기 협상의 현황과 문제점 등 다양한 현안을 다뤘다. 비록 당내 최대 모임인 ‘함께 내일로’ 에 비해 수적으로는 열세지만, 그 열기는 대단하다.
지지율 50%대에 달하는 ‘박근혜 계파 의원’이라는 딱지가 이들에게는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차기 총선에서도 ‘박근혜 마케팅’이 다시 부활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박근혜 전 대표는 ‘친박’리더의 이미지를 벗고 ‘국민’리더로 새롭게 거듭날 필요가 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도 지난 16일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변함없는 애정을 표시하며 친박 보스 이미지에서 탈피할 것을 조언하지 않았는가.
필자 역시 같은 마음이다.
친박의 보스라는 것을 떠나서 나라의 지도자, 나라를 걱정하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는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말에 공감을 표한다는 뜻이다.
물론 박 전 대표가 ‘일괄복당’을 주장한 것은 ‘친박 챙기기’가 아니라 잘못된 공천을 바로잡으려는 의도에서 한 것이라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복당녀’라는 비판의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더 이상 그런 불필요한 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 이미 원칙을 강조한 박 전 대표의 의도대로 복당이 이뤄진 만큼, 이제는 보다 큰 걸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는 행보를 해 주기 바라는 것이다.
즉 그동안 친박 복당을 위해 각종 현안문제에 대해 ‘침묵’을 했다면, 이제는 ‘회초리’를 들고 따끔하게 질책할 것은 질책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다만, 정치라는 게 항상 그렇듯이 지난 경선 때처럼 뒤통수를 맞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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