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대운하 망령’이 부활하는가?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8-18 15:50:24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국민적 심판은 이미 끝났다.
4.9 총선에서 ‘대운하 추진 전도사’를 자처한 이재오 전 의원이 ‘대운하 저지 선봉장’을 자임한 문국현 의원에게 패했는가하면,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6월 19일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항복을 선언한 바 있다.
성난 촛불민심에 밀린 것이다.
같은 날 국토해양부가 운하사업단 해체를 발표한 것도 따지고 보면, 국민의 심판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극한 상황에 몰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이상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진작 무덤에 들어가 있어야 할 ‘대운하’를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이 여권 내 일부에서 은밀하게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의 18일 발언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전 세계에 중계된 야후(www.yahoo.com)와의 인터뷰에서 ‘녹색성장’을 언급했다.
앞서 그는 8.15 광복절에서도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60년의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면 이 대통령이 말하는 ‘녹색성장’이라는 게 대체 뭘까?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이석우’에 출연, “녹색성장하자는 것은 장기비전”이라며 “대운하 공약, 또 물 공급 문제를 해결하고 친환경적으로 하천을 재개발하는 것과 같은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즉 이 대통령의 녹색성장은 사실상 대운하와 연계돼 있다는 것.
이재오 전 의원도 지난 1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이명박 정부는 국토를 재창조하고 전국에 물길을 살리고 하천 지천을 살아 있는 강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현대판 치산치수를 해야 한다""고 대운하 재추진을 촉구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에는 한반도 대운하 TF팀이 해체되지 않고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mbn 방송사의 취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약과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에 대해 집착에 가까운 병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우선 과천 국토해양부 건물에서 500미터 정도 떨어진 수자원공사 서울사무실 3층에 공무원 25명으로 구성된 운하추진단이 지난 4월부터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었던 사실이 한 방송사에 의해 발각된 바 있다.
당시운하추진단장은 “현재 대운하사업이 경제성이 있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용역을 줘서 연구 중”이라고 밝혔었다.
이렇게 ‘거짓말’을 해서라도 반드시 추진해야할 만큼,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는 ‘도박’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현재 이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는 20%대에 불과하다.
물론 2주 전의 10%대에 비하면 지지도가 ‘껑충’(?) 뛰어 오른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것도 단지 올림픽 열기에 힘입은 탓에 불과하다.
이런 지지율로는 제대로 국정을 이끌어 갈 수가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한반도 대운하’가 아닐까?
즉 한반도 대운하를 멋들어지게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야 어찌됐든 당장 지지율이 뛰어 오르지 않겠느냐는 판단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이미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당시 ‘청계천 복원’이라는 도박을 통해 톡톡히 재미를 본 일이 있다.
그러나 필자가 경선 당시부터 주장한 것처럼 청계천은 ‘복원’이라기보다는 ‘건설’에 가깝다.
강남구청과 서초구청이 공동으로 복원한 양재천에 비하면 형편없는 졸작이다.
그러나 어찌됐든 MB는 그것 하나만으로 대통령이라는 자리에까지 올랐다.
성공한 도박인 셈이다.
그런 도박을 다시 하고픈 욕심이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집착이 그래서 생겼는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은 뭔가. 그 도박이 실패할 경우를 생각해 봤는가?
황폐화되어 버린 산하를 바라봐야 하는 국민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이제 ‘도박’에 대한 환상을 접어야 한다.
국민을 안심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 대통령 자신이 직접 나서서 “실패한 공약인 대운하추진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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