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대권 행보’ 제동 걸리나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8-20 16:33:50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립각을 세워 온 김문수 경기지사에 대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20일 여의도 당사에서 비공개로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일부 단체장의 발언이 상궤를 넘는다는 지적이 있어 이에 대해 대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송광호 최고위원도 ""일부 단체장이 대통령과 당에 대한 예우를 넘는 수준의 용어가 나온다""며 “이 부분에 대해 당에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거들고 나섰다.
그러면 박 대표나 송 최고위원이 지목한 자치단체장은 누구일까?
그들이 구체적으로 특정인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겨냥한 것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앞서 김문수 지사가 지난 18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렇다 치더라도 규제를 완화하라고 뽑아준 이명박 대통령이 규제를 푸는 것은 고사하고 뭐 하는 것이냐”며 ""지방균형발전론은 대통령의 오만, 권력을 잡은 자의 오만함”이라고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날카롭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 지사가 이처럼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이전에도 여러 차례나 있었다.
김문수 지사는 지난 7월 21일 지역발전정책이 발표되자마자 ‘배은망덕한 정책’, ‘정신나간 정책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고 강력대응을 위해 촛불집회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이 명박 정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급기야 김 지사는 같은 달 24일, 도내 중소기업인들이 대거 참여해 지역발전 정책 규탄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갈등을 굳이 숨기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마치 ‘내가 대통령과 싸우고 있다’는 모습을 세상에 알리려 드는 것 같다.
그러면, 김 지사가 왜 이처럼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일까?
이 대통령과 김 지사는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다.
따라서 설사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 있더라도 ‘쉬쉬’하며,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게 상식일 것이다.
그런데 김 지사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다분히 차기 대권을 의식한 행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맞수로 나선 사람들이 바로 서울시장을 지낸 이명박 현 대통령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다.
따라서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라는 자리는 차기 대권을 향한 ‘징검다리’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마당이다.
그런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대권 불출마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유력 대권주자는 김문수 전 지사 한 사람뿐이다.
그가 대권을 거머쥐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민심을 얻어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가 당락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인 만큼 당심보다도 민심이 우선이라는 말이다.
민심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두말 할 나위 없이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이명박 정권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우는 것이다.
그래서 지지율 20%대에 불과한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면, 상대적으로 나머지 등 돌린 80%대의 비판자들을 자신의 우호세력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 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정동영 학습효과’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즉 지난 18대 대선에서 민주당 정동영 후보가 노무현 정권에 등 돌린 민심을 잡지 못한 것처럼, 차기 대권에서 이명박 정권에 염증을 느낀 민심을 잡지 못하면 ‘제2 정동영’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미리부터 이명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제스처를 취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김 지사는 최근 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권행보가 아니다”고 분명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실제 그는 “경기도지사로서 경기도민들의 가슴에 맺힌 이야기를 진솔하게 대변한 것일 뿐”이라며 “대권행보라는 건 전혀 맞지 않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나저나 한나라당 차기 대권싸움은 박근혜, 정몽준, 김문수 3파전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들 가운데 누가 최후의 승자로 남게 될까?
국내 각 분야 전문가 10명중 4명 이상이 차기 대권 잠재력을 가진 인물로 박근혜 전 대표를 꼽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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