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논공행상은 끝내야 한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8-21 18:34:59
지난해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서 활동하던 인사들이 줄줄이 공기업 간부자리를 꿰차고 앉았거나, 그렇게 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른바 ‘낙하산 인사’다.
실제 이런저런 공기업 새 사장에 MB 대선 캠프 출신 인사들을 선임해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전문성도 전혀 없는 인사가 주요 기관의 감사로 잇달아 선임되는가 하면 일부 기관의 경우 에는 무리한 사퇴종용이 적지 않은 잡음을 낳고 있다.
특히 공기업도 아닌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에 MB캠프에서 활약했던 인사를 앉히기 위해 실적도 좋고 임기를 2년이상 남긴 현 사장을 물러나도록 함으로써 '지나친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각종 언론 보도에 따르면 KAI는 지난 19일 주총에서 김홍경 전 산자부 차관보를 신임 사장에 선임했다.
김 사장은 이명박 캠프에 합류, 당 선대위 중기위원장과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2분과 상임자문위원을 지낸 전형적인 MB캠프 인사다.
이에 따라 MB맨 김 사장을 위해 공기업도 아닌 일반회사의 사장까지 사퇴시키는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정 전 사장은 임기가 2010년10월로 2년 이상 남아있었을 뿐만 아니라, 경영 실적도 우수한 주식회사의 최고경영자(CEO)였다.
그런 사람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MB맨’을 앉힌 것이다.
그러니 공기업은 오죽하겠는가.
특히 방송계는 이미 MB맨이 장악하고 있다.
이몽룡 전 KBS 부산총국장이 지난 2월 스카이라이프 사장이 된 이후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 아리랑TV 정국록 사장, 한국방송광고공사 양휘부 사장, YTN 구본홍 사장 등이 모두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인물이다.
물론 이들 모두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언론·방송특보로 활동했던 경력을 지니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시늉만낸 공모제를 실시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겉으론 공모제를 표방했으되 기실은 보은성 낙하산 인사로 얼룩졌다는 것.
실제 정부는 공공기관장 일괄사표를 받고나서 공모제를 활성화할 것처럼 한껏 분위기를 잡았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꼼수’에 불과했다.
이미 보은인사를 염두에 뒀기 때문에 공모제는 어디까지나 형식에 불과했다는 말이다.
결국 공기업 사장 자리는 금배지를 달지 못한 MB맨을 위해 마련된 잔칫상에 지나지 않았다.
경영의 ‘경’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공기업 기관장 자리를 꿰차고 앉았으니, 어찌 걱정스럽지 않겠는가.
말로는 그럴 듯하게 ‘공기업 선진화’라는 표현을 쓰고는 있지만, 그 속은 완전히 썩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기업 개혁’은커녕 말아먹기 십상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논공행상을 따져가며 ‘낙하산’인사를 실시하려는지, 그저 가슴이 답답해질 뿐이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기자들의 평가는 가혹하리만큼 혹독하다.
한국기자협회가 지난20일 창립 44주년을 맞아 전국 303명의 기자를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를 발표했는데, 기자들의 이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하고 있다’는 74.3%에 이르렀으며, ‘그저 그렇다’는 22.7%였다.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이처럼 형편없이 저조한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사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가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발 심리일 것이다.
실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YTN, 한국방송광고공사, 아리랑TV, 한국디지털위성방송 등 주요 언론사 및 언론기관에 이명박 캠프 방송특보 출신이 임명된 것에 대해 88.3%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고 한다.
선거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이제는 더 이상 논공행상을 따져서는 안 된다.
능력이 있다면, 그가 과거에 누구를 지지했든, 심지어 그가 친박인사라고 해도 중용할 줄 알아야 참다운 지도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아무리 대선 때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그가 능력이 없다면, 그를 공기업 임원으로 앉혀서는 안 된다.
한 네티즌은 자유게시판에 이런 글을 남겼다.
“토사구팽 잘하는 지도자가 참다운 지도자이다. 사냥(선거)이 끝났으면 국민을 위하여 개(측근)를 잡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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