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대통령, 국민통합 리더십 있었으면...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8-27 16:33:16

정부의 종교 편향에 항의하는 대규모 '범불교도 대회'가 서울광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필자가 글을 쓰는 이 시각 현재(27일 오후2시) 서울 광장에는 대회에 참가하려는 승려와 신도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이미 한 시간 전 조계사에서 서울광장까지 행진한 참가자들은 행사 시작을 알리는 범종 소리와 함께 예불을 준비하고 있는가하면, 조금 전부터는 종교차별을 끝내고 국민통합을 이루자는 의미로 전국에 있는 모든 사찰에서 일제히 범종을 33번씩 치기 시작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져 왔다.

불교계는 종교 차별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아 오늘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게 됐다고 한다.

물론 주최 측은 오늘 대회를 국민 화합을 위한 평화적인 행사로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갈등의 골을 치유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어쩌다 이런 극한 상황까지 치닫게 됐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렇지 않아도 좌우 이념대립과 영호남 지역감정에 이어 빈부격차 등으로 국민들이 서로 ‘내편 네 편’하면서 편 가르기 하는 상황에서 또다시 종교 갈등까지 빚어지고 있으니,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다 국민들 사이의 감정의 골이 깊어져 국민통합을 저해하지나 않을지 심히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행태를 살펴보면, 종교 편향을 의심받게 하는 사례들이 잇따랐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 부처님 오신 날에 대통령의 축전이 빠진 일을 비롯해 청와대 간부의 ‘정부 부처 복음화’ 발언, 전국 경찰복음화 금식대성회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국토해양부의 ‘교통정보시스템’과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지리정보시스템’에 사찰이 빠진 것도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독교 장로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다.

그가 어떤 신앙을 갖든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신앙의 자유 못지않게, 통치자로서 모든 종교에 대해 평등하게 대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특히 정치지도자들은 종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은 이런 저런 갈등으로 지쳤다.


이미 냉전시대의 홍역을 한바탕 치른 민족이다.

실제 지금까지도 6.25의 상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구소련이 붕괴되고, 그로인해 이념 논쟁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김영삼-김대중-김종필 등 이른바 3김에 의해 촉발된 지역감정으로 또 한 번 갈등을 겪어야만 했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초에는 이른바 ‘강부자 내각’으로 빈부갈등을 유발한 일도 있었다.

그러다 급기야 이번에 종교 갈등까지 나타나게 된 것이다.

세상에 우리나라처럼 많은 갈등을 안고 있는 나라가 또 어디 있을까 싶을 정도다.

국민은 이명박 정부에게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다.

이미 ‘경제 대통령’이미지가 실추된 마당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라는 게 있다면 그저 조용히, 아무 사고도 일으키지 말고 4년 몇 개월을 무사히 보내주기만 기다릴 뿐이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차기 대통령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을 것이다.

좌우 이념대립을 끝장내고, 민주화 세대와 산업화 세대를 하나로 묶어 낼 수 있는 지도자.

또 동서 지역감정을 극복하고, 영호남이 서로 손을 맞잡을 있도록 교량역할을 할 수 있는 정치 지도자.

뿐만 아니라 가진 자와 가난한 자가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지도자.

종교문제를 비롯해, 어느 문제는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는 원칙과 정도를 가슴에 안고 있는 그런 지도자가 나와서 국민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지도자.

그가 누구든 차기 대통령은 국민통합 리더십을 겸비한 정치 지도자가 나와서 ‘화합의 정부’를 만들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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