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국민 ‘편 가르기’를 우려한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8-31 12:37:59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내내 진행된 ‘편 가르기’는 우리를 지치고 피곤하게 만들었었다.

그래서 국민들은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묻지 마 투표’를 실시했고,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숱한 도덕성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당선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그토록 싫어했던 노 전 대통령의 ‘편 가르기’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아니 노 전 대통령 보다 한 술 더 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현재 처한 상황을 모르는 바 아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악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마당이다.

국민 열 명 중 겨우 한두 명 정도만 대통령의 국정운영방식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올림픽 효과로 바닥을 치고 조금 오르는가 싶더니 다시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으로서는 어떻게든 ‘전통적 지지세력 결속’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문제는 ‘전통적 지지세력 결속’을 얻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반대세력과의 갈등을 유발하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지리한 촛불정국의 수세국면에서 벗어나 국정주도권을 회복한 이후 최근 눈에 띠게 ‘내 편 챙기기’에 공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내편’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초심마저도 헌신짝 내버리듯이 팽개쳐버리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지난 29일 저녁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국장급 고위 공무원 23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공직자는 변화와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그는 ""공장의 생산성을 10% 올리기는 어렵지만 공직자들은 우수한 능력과 자질에 비춰볼 때 30% 이상의 생산성도 쉽게 올릴 수 있다""고 치켜세웠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발언 한 것인지 귀를 의심스러울 정도다.

왜냐하면 이 대통령은 그동안 공무원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하고, 그들을 세차게 몰아쳤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당선인 시절, 공무원을 향한 그의 발언을 면밀하게 살펴보자.

""부처이해 반영하러 왔다면 생각 바꿔라. 소아병적 생각을 버려라""(1월1일 인수위 파견공무원 접견).


""사고를 전환해 시대변화에 동참하라. 주요 부서에서도 시대변화를 못 따라가는 사람 있다""(1월13일 인수위 업무보고).

""정부조직의 군살을 빼야 한다. 방만한 조직에 나사를 죄야 한다""(1월14일 신년기자회견).

심지어 이 대통령은 공무원을 시대의 걸림돌이라고까지 비판했다.

""이 시대에 약간의 걸림돌이 될 정도로 위험수위에 온 것 같다""(1월22일 대한강국 국민보고대회).

즉 공무원사회를 개혁의 대상으로 보고 있었다는 말이다.

따라서 29일 공무원들과 가진 만찬에서의 발언은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교회 장로인 이 대통령의 ‘내편 챙기기’는 종교 영역에까지 미치고 있다.

불교를 탄압하는 뉘앙스를 통해 기독교인들을 지지세력으로 결집시키려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실제 이명박 정부의 종교 차별에 항의하는 전국 사찰의 동시 법회가 31일 전국 1만여개 사찰에서 열려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불교계의 규탄법회는 20만명이 참석한 지난 27일 범불교도대회에 이은 두번째 수순이다.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다.

어쩌면 '성난' 불심은 승려대회로까지 확대될지 모른다.

이로 인해 이 대통령이 기독교인들의 지지를 조금 더 받게 될지는 몰라도, 이건 아니다.

가뜩이나 우리 7000만 동포가 남북으로 갈라져 있는 상황 아닌가.

그런데 영.호남 갈등에 이어 또 다시 ‘국민’과 ‘공무원’을 편 가르고, ‘기독교인’과
‘불교인’을 편 가르고 나면, 어떻게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겠는가.

우리 국민은 ‘갈등의 정부’가 아니라 ‘화합의 정부’를 원한다.

영.호남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정부, 남북이 평화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부, 민주화 세대와 산업화 세대가 서로 어깨동무 할 수 있는 정부, 종교의 갈등이 없는 정부,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는 그런 정부를 갈망하고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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