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VS 이명박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9-17 16:54:10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17일 그린벨트 추가 해제 논란과 관련, ""그린벨트는 성역이 아니다""며 ""과거에도 필요할 때는 (그린벨트를 해제) 해 왔다""고 밝혔다.

즉 필요에 따라 그린벨트를 얼마든지 해제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 역시 지난 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필요하다면 그린벨트의 가치가 없는 곳은 해제해서 땅값을 내려 분양하면 지금 분양가보다 훨씬 싼 값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린벨트 추가 해제방침을 강력 시사했었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 최초의 그린벨트는 1971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지정됐다.

지난 71년 7월 30일 서울지역을 효시로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여 도시민의 생활환경을 확보하는 동시에 보안상 도시개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도시 주변지역에 대한 개발제한구역을 설치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법을 제정한 것이다.

1972년 8월에는 수도권 개발제한구역이 2배로 확대되어 서울의 광화문 네거리를 중심으로 반지름 30km 이내의 6개 위성도시를 총망라한 68.6㎢지역이 개발제한구역이 되었고, 그 밖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도시는 부산·대구·춘천·청주·대전·울산·마산·진해·충무·전주·광주·제주 등 13개 도시이다.

그린벨트, 즉 개발제한구역은 도시계획법상 4개 용도구역(시가화조정구역·개발제한구역·특정시설제한구역·도시개발예정구역)의 하나로서, 도시민을 위한 녹지공간의 보전이란 측면에서 4개 용도지역 (주거지역·상업지역·공업지역·녹지지역) 중의 하나인 녹지지역과 그 개념은 유사하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매우 상이하다.

개발제한구역은 지정 후 현재까지 행위제한규정만 다소 완화되었을 뿐 구역경계는 변경되지 않는 등 일관된 제도로 유지되어왔으나, 녹지지역은 각 도시들의 인구증가·산업유치 등의 요인에 의한 도시계획변경에 의하여 수시로 그 면적이나 경계가 변경됐다.

특히 서울시를 비롯한 대도시의 경우 대규모택지개발사업·공업단지조성사업에 의하여 녹지지역이 주거지역·상업지역·공업지역 등으로 변경됨에 따라 녹지지역이 매년 감소하는 실정이다.

이런 녹지지역은 한마디로 인간의 폐와 같은 존재다.

녹지가 없으면 인간은 단 하루도 살아 갈 수 없다.

그런 녹지가 매년 잘려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오늘날처럼 녹지가 보전될 수 있었던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린벨트라는 것을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 외국에선 우리나라의 그린벨트 정책에 대해 “20세기 각국의 국토 계획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환경보전 정책의 백미”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필자 역시 “대도시 주민들에게 숨 쉴 공간을 마련해 준 박정희의 최대 걸작”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물론 해당 지역주민들에게는 ‘생존권을 옥죄는 고통의 띠’라는 비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박정희 대통령 사후에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밀려 선거철 등 민감한 시기마다 조금씩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하던 1997년 9월 11일 발표부터 지금까지 계속된 건설부의 파격적인 규제완화 예고로 이제는 존립의 근거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태다.

물론 그린벨트가 성역은 아니다.

정말 필요한 곳이라면 해제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혜안으로 만들어진 그린벨트가 없었다면, 지금의 대도시 모습이 얼마나 삭막했을지 상상해 보라.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그린벨트해제는 아주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으로 그린벨트를 마구잡이로 해제해 버린다면, 그것은 우리의 허파를 잘라내고 그것을 팔아 음식을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린벨트를 풀겠다는 것도 결코 지도자의 마인드라고 할 수는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지켜 온 그린벨트다.

비록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린벨트 상당부분을 해제하는 우를 범했지만, 아직까지도 우리 인간의 허파와 같은 구실을 하고 있는 그린벨트가 많이 남아 있다.

이를 건설사의 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풀어버린다는 것은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대통령은 그린벨트를 해제하려는 계획을 세우기 이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왜 그토록 그린벨트에 공을 들였는지, 그 심중을 헤아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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