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계 親朴으로 흡수될까?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9-22 14:42:19

“한나라당 내 반(反) 이재오 정서가 친박(親朴, 친 박근혜) 힘을 키워주고 있다.”

“이재오 전 의원이 불필요한 잽을 자주 날려, 점점 입지가 축소되고 있다. 친이재오 계열 의원 가운데서도 ‘이재오 시대는 끝났다’는 말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당초 한나라당은 이재오 의원이 80% 정도까지 장악하게 될 거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으나, 이제 이재오의 힘은 많아야 10% 밖에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홍준표 원내대표 다음을 노리던 정의화 의원도 친이재오 인물로 낙인이 찍힘에 따라 인심을 잃고 점차 힘이 빠지는 상태다.”

한나라당 내에서 뜨거운 논란을 빚었던 홍준표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사실상 유임 쪽으로 가닥이 잡히자, 이를 지켜보던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22일 정치부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앞서 지난 11일 1차 추경예산안 처리가 무산되자 친이재오계 소장파 의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홍준표 책임론'을 제기했으나,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9일 당청 정례회동에서 추경예산안 관련 당 보고를 받고 ""홍 원내대표가 수고했다""며 홍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이재오계의 잽은 헛방이 되고 말았다.

이들 소장파들의 반란은 총선을 앞두고 '형님 공천' 의혹을 제기한 '55인 항명 파동'과 정 의원이 지난 6월 제기한 '권력 사유화' 논란에 이어 세 번째 잽을 날린 것이었다.

이 세 번의 잽이 모두 헛방으로 끝나고 만 것. 한마디로 3연패를 당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이재오계는 당내 입지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이상득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원로그룹의 승리라고 보기도 어렵게 됐다.

이상득계 역시 이재오계 소장파들의 반란으로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친이(親李, 친 이명박) 진영에서 이상득계와 이재오계의 갈등은 이제 친박 진영과의 갈등보다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친박과 이상득계가 서로 손을 잡는 모양새가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이인기, 이정현, 손범규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은 ""금융위기와 김정일 뇌수술 등 현안이 산적해 있고 정기국회도 새로 시작했는데 원내대표를 바꾸면 안 된다""며 이상득 계와 함게 홍준표 유임론을 적극 지원했다.

이에 따라 이상득계와 친박계가 서로 잡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상득계는 단순히 이재오계와의 감정문제 때문에 친박과 손을 잡는 것일까?

그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친박계가 당내 주류 그룹인 친이 이상득계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친이계 내부와의 갈등 국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지만,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닌 것 같다는 말이다.


그럼, 무엇 때문일까?

바로 박근혜를 중심으로 보수 세력 개편작업이 물밑에서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그만큼 힘이 실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실제 박근혜 전 대표는 언론의 노출을 될 수 있으면 피하고,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는 최소한의 소통방식을 선택하는 등 조용한 행보를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득 계에서 많은 의원들이 박근혜 쪽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게 정치부기자들의 전언이다.

어쩌면 박 전 대표가 친박계를 만나 세력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관계가 소원했던 중립진영 혹은 친이 진영 의원들과 삼삼오오 만나면서 외연확대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경원 의원도 최근 한 TV방송에서 “요즘 당내에서 박근혜 의원 쪽으로 옮기는 분들이 많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이 같은 분위기를 전한 바 있다.

실제 박 전 대표는 만남에 있어서 특별히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최근 안병직 뉴라이트 재단이사장을 만난 것도 같은 이유다.

알려진 바와 같이 안병직 서울대 명예 교수는 뉴라이트 운동의 대부격으로 유신(維新) 당시 대표적 좌파경제학자로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강하게 비판했었는가하면, 지난 18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는 박 전 대표의 경쟁 상대인 이명박 당시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인물이다.

얼핏 보면 둘은 결코 가까울 수없는 관계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병직 교수를 만났다.

박근혜를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 개편에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일 게다.

어쩌면 이런 자신감이 이상득계를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현재로서는 이상득계가 친박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다만 정치는 생물과 같아서 그들이 언제 돌변할지 아직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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