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보이’경성최고 한량, 사랑에 빠지다
일제 강점기 배경 예측불허 추리극… 내달 2일 개봉
시민일보
| 2008-09-23 19:15:12
박해일- 몸 연기 호평… 관객 눈길 사로잡을 듯
김혜수- 과장연기, 옥의 티… 미스캐스팅 논란도
일제 강점기에도 상위 1% 상류층은 있었다.
영화 ‘모던 보이’의 주인공 이해명(박해일)은 조선총독부 1급 서기관이다. 시대의 아픔을 남의 일인양 ‘낭만의 화신’을 자처하며 여색만 좇는 인물이다.
이해명은 총독부의 부동산 개발정보를 아버지(신구)에게 흘려 용돈을 얻고, 멋진 양복과 자동차 따위로 당연한 듯 사치를 부린다. 그러면서도 ‘친일파’라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듯 “내 근무 태만이 나라 독립에 일조하는 법이지”라며 자기 합리화도 한다.
이런 이해명이 진짜 사랑에 빠졌다. 상대는 정체를 할 수 없는 고혹적인 여인이다. 댄스단 리더, 양장점 디자이너, 가수까지 겸하고 있는 그녀의 여러 이름 중 하나는 조난실(김혜수)이다.
이해명은 조난실에게 집착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독립운동과 연관된 예측불허의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영화는 천하태평 한량이 격변의 시대로 빠져 들어가는 과정을 추리극 형식으로 담았다. 일본인 검사 신스케(김남길) 일당이 쫓고 있는 ‘테러 박’의 정체를 두고 관객과 두뇌싸움을 벌인다.
더불어 ‘시대와 개인간의 관계’에 질문을 던진다. 어린 시절 장래희망이 ‘일본인’이었던 남자가 독립운동의 중심이 되기까지, 그 심정의 변화를 ‘사랑’이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낭만을 추구하는 모던보이 박해일(31)의 연기에 관객은 몰입할 수 있다. 말끔한 양복 차림이지만 파격적인 웨이브 헤어로 무엇인가 모자라 보이는 인상의 이혜명이다. 박해일은 ‘몸 연기’로 객석에 여러 차례 웃음을 선사한다.
김혜수(38)의 연기에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제작사 측은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변신의 매력을 지닌 여배우는 김혜수 밖에 없다”며 선택의 필연성을 강조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한국 여배우들의 현실은 암담하다. 김혜수의 과장된 연기는 오히려 캐릭터의 마력을 떨어뜨린다. 중국영화 ‘색 계’ 중 탕웨이(29)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김혜수를 놓고 ‘미스캐스팅’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물론 김혜수는 영화 속 스윙재즈를 소화해내려고 춤을 연습하고, 삽입곡을 직접 부르고자 노래연습을 하는 등 노력했다. 그래도 남자가 목숨까지 걸 정도로 치명적으로 매혹적이지는 못하다. 영화 전체의 균형을 흔든다.
‘해피엔드’, ‘사랑니’에 이어 오랜만에 돌아온 정지우(40) 감독은 ‘모던보이’의 완성도를 탁월하게 높였다. ‘웰 메이드’라는 수식어를 달기에 부족함이 없다.
‘1937년 근대 경성’이라는 설정을 통해 당시 유행의 중심이라는 서울 명동, 종로 거리를 말끔히 재현해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서울역, 숭례문의 당대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것도 반갑다. 세련된 프로덕션은 빛과 어둠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조명까지 탄생시켰다.
잘 만든 영화라는 평가가 이구동성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여배우가 너무 튀고 말았다. 10월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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