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박근혜를 흔들려 하는가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9-29 16:38:09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중국발 멜라민사태를 다루기 위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보건복지 당정회의에서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과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요즘 그는 의정활동에만 전념하는 모양새다.
지난 25일 지역구인 대구에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과 간담회를 나눈 것도 의정활동의 일환이다.
대권행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물론 앞서 23일 당내 여성 초선의원들과 만났고, 지난달에는 권영진, 김성식 의원 등 중립 진영의 초선의원들과 식사를 함께 하는 등 당내 인사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역시 대권행보와 직접적으로 연결시키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대부분 상대가 먼저 만나기를 청하고 박 전 대표는 그에 응하는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캠프 당시 서울특보 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서울희망포럼’이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양일간 양평 모처에서 300여명의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워크숍을 열었지만, 박 전 대표는 참석조차하지 않았다.
다만 친박 인사인 김무성 전 최고위원과 허태열 최고위원이 이날 필자와 함께 특강을 했고, 이성헌 제1사무부총장이 감사의 말을 전했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29일 열린 친박계 공부 모임인 ‘여의포럼’ 워크숍에도 박 전 대표는 참석하지 않는다.
잘 알다시피 여의포럼은 이경재, 이인기, 유기준 의원 등 친박 복당파 의원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공부 모임이다.
이들은 매주 한두 차례 모여 관련 분야 전문가와 교수들을 초청해서 특강을 듣고 토론을 하는 등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망라한 전 분야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친목을 다져왔으며, 최근에는 회원수가 22명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박 전 대표가 이날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참석하지 않을 것 같다.
참석한다고해도 다 끝나고 잠깐 들르는 형식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는 의도적으로 친박모임을 챙기는 식의 행보를 피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왜 그럴까?
한 친박 의원은 “한나라당 내에서 최근 들어 일부 친이계 초선의원들은 물론, 중립 성향의 초. 재선 의원들까지 친박 모임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친박계의 외연이 자연스럽게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친박 의원은 “한나라당 당권장악이 중요하며, 사실상 무리 없이 가능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런데 최근 박근혜 지지단체를 표방한 사람들 가운데 느닷없이 박근혜 탈당을 부추기는 무리들이 생겨나고 있다.
물론 당권장악 가능성이 희박할 경우, 탈당도 생각해볼 문제이기는 하다.
필자 역시 지난 총선 이전에는 박 전 대표의 탈당을 촉구하는 글을 쓴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이미 당밖 친박 세력들이 대거 한나라당에 입당한 상황이다.
더구나 당내에서 친박 세력의 외연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마당이다.
따라서 지금 박 전 대표로 하여금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새로운 당을 만들라고 요구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명분도 없다.
박 전 대표가 탈당 할 수 있는 명분이라면, 오직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대리인을 당 대표로 내세워 당을 좌지우지하려 들거나, 자신의 후계자를 대선후보로 만들려고 하는 경우 등에 한한다.
물론 그 같은 움직임이 2년 후 전당대회에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가능성 때문에 미리 예단하고 탈당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근혜 지지자들이라면 탈당을 요구하기에 앞서 오히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당원 혹은 대의원으로서 그에게 한표라도 도움을 주는 일일 것이다.
모쪼록 지금은 박 전 대표로 하여금 조용히 의정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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