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이념의 문제 아니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9-30 15:32:03

요즘 강남 땅 부자들이 살판났다.

이명박 ‘강부자’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시키는 법안을 만들기로 했고, 한나라당이 이를 원안대로 수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전여옥 의원은 종부세를 ‘분노의 세금’이라고 표현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징벌적 세금’이라고 말하는 등 종부세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알레르기처럼 민감한 것 같다.

종부세의 일차 목적은 사실상 투기근절에 있었다고 과언이 아닐 것이다.

주택을 ‘소유’의 개념에서 ‘거주’의 개념으로 바꾸자는 뜻이 담겨있다.

실제 종부세가 부동산 투기를 막고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런데 종부세가 폐지되면, “역시 부동산과 주택 투자가 최고”라는 투기심리가 재발동할 것이고, 이에 따라 우리 국민 가운데 절반이상에 해당하는 사람들, 즉 자기 집을 못 가진 사람들은 영영 자기 집을 가질 기회와 꿈을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종부세가 과연 전여옥 의원이나 이명박 대통령의 말처럼 ‘분노의 세금’이라거나 ‘징벌적 세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종부세가 그토록 가혹한 것은 아니다.

굳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실제 선진국에서는 대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주택, 부동산 가격의 1% 정도를 재산세로 낸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1800만 주택보유자 가운데 2%에 해당하는 사람들, 즉 37만 명에게만 종부세를 부과하는데 그것도 선진국 재산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분노의 세금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말이다.

적어도 건강한 사회라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 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벌어서 10년 정도 저축할 경우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 정도는 있어야 한다.

이런 기대치를 무참히 짓밟는다면 그 사회는 희망이 없다. 절망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서민들을 그런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있다.

실제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정책을 모두 뒤집기만 하면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보는 착각에 사로잡힌 것 같다.


그게 서민을 죽이는 정책이라는 걸 전혀 모르는 것 같다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종부세 완화, 양도세 완화, 재산세 경감 등 부동산 부자들만을 위한 세금 선물을 패키지로 공급하고 있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는 “재건축 시 임대주택과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소외계층을 위한 임대주택이나 서민층을 위한 소형주택 대신 중산층 이상을 위한 중대형주책을 더 많이 공급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과거 노무현 정부도 부동산 정책과 관련, 잘한 게 별로 없다.

실제 참여정부는 행정복합도시다, 기업도시다, 균형발전이다, 경제특구다 하며 온갖 개발사업들을 만들어냈고 이로 인해 부동산 버블경제가 발생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당시 33개의 뉴타운 지정으로 강북 집값 폭등을 초래한 것과 비교할 때 ‘오십 보 백보’인 셈이다.

오죽하면 '지방 땅값은 노무현이 올리고, 서울 땅값은 이명박이 올렸다'는 소리가 나왔겠는가.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은 최소한 집값을 잡으려는 의지라도 보인데 반해, 이 대통령은 아예 그런 의지조차 없으니 걱정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종부세 폐지 방침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땅 부자’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논리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종부세를 ‘좌파가 만든 좌파적 제도’로 규정하면서, 따라서 ‘당연히 철폐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실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최근 공개석상에서 “종부세는 좌파들이 만들어낸 최악의 세제”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발언이다.

그것이 국민 모두에게 유익한 정책이라면, 또 그것이 국민 모두가 바라는 바이고, 우리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정책이라면, 그게 좌파적이든 우파적이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종부세 문제를 자꾸 이념논쟁으로 끌고 가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차기 대통령 선거와 총선에서 우파 후보의 표를 잃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종부세 문제는 좌우파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세금상의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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