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재보선 출마설' 유감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10-07 14:52:37

이재오 전 의원의 내년 4월 재보선 서울 은평을 지역구에 출마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불거져 나와 정치권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미국에서 연수중에 있는 이 전 의원이 이르면 내년 초쯤에 조귀 귀국할 것이라는 소리도 흘러 나왔다.

이재오계의 핵심으로 꼽히는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7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에 출연, 이재오 전 의원의 재보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내년 4월에 재보궐 선서가 많이 있을 것""이라며 ""자기(이재오) 지역구였던 은평에서도 재보선 가능성이 보이는데, 그것(이 의원의 출마)도 가능한 시나리오의 하나가 아니겠느냐""고 대답했다.

공 최고위원은 ‘(은평 재.보궐선거는)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에 대한 사법 당국의 판단이 있어야 하는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 ""그러니까 가능성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전 의원의 귀국 시기와 관련해서는 ""‘금년 말은 지나야겠다’는 것이 본인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의 생각인 것 같다""고 밝혔다.

즉 이르면 내년 초 쯤에 귀국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물론 4월 재.보궐선거를 준비하기 위함일 것이다.

참으로 가관이다.

이미 민의의 심판을 받아 패자가 된 ‘이재오’란 이름이 어째서 잊혀 지지 않고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는가.

한나라당 이재오계 의원들이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기적(?)을 만들어낸 이재오 전 의원의 ‘횡포’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지난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MB 캠프에 있던 이재오 전 의원은 정해진 경선룰을 수차례나 바꿔가면서, 결국 ‘반드시 이길 수밖에 없는 룰’을 만들게 했던 사람이다.

횡포도 이런 횡포가 없었다.

이로 인해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공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을 만큼 결격사유가 많았던 사람이 원칙과 정도를 강조하고, 그래서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사람을 누르고 승리하는 기적(?)을 이뤄낸 것이다.

지금 이재오계 의원들이 그런 기적을 기대하면서 그의 화려한 복귀를 갈망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즉 이재오 전 의원이 부활하면, 바닥까지 떨어진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기적을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것 같다는 말이다.

특히 이재오계 의원들은 그가 구세주나 되는 것처럼 목을 매고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와 관련, 공 최고위원은 최근 “(이재오에게)나만큼의 충성도를 가진 의원이 20명은 족히 된다”며 “연말까지 세 불리기에 집중하며 ‘보스’의 내년 컴백에 대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실제 이재오계 의원들은 수시로 미국을 드나들며 이 전 위원을 만나 왔다.

이 전 위원이 8월 자전거 전복 사고로 다쳤을 때나 9월 미국 전당대회 때도 그들은 함께 했었다.

하지만 이들의 기대는 지금의 민심을 잘 모르고 하는 헛된 망상일 뿐이다.

이미 MB 정부에 등 돌린 민심이다.

MB 정책의 오류를 그 짧은 재임 기간 동안에 너무나 많이 경험했고, 그 실체를 똑똑히 들여다 본 국민들이다.

따라서 실망한 국민을 설득하고, MB 정부의 지지자로 만들려면, 보다 진지하게, 보다 겸손하게 국민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선룰 억지’, ‘박근혜계 숙청’ 따위의 술수나 부리던 이재오 전 의원이 나타나 기적을 만들어 주기 바라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이재오 전 의원에게는 좀 미안한 말이지만 아직은 당신이 정치재계를 꿈꿀 때가 아니다.

조용히 숨죽이고 지난 과오를 반성해야 할 때다.

하물며 4월 재.보궐선거를 꿈꾼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당신은 국민들에게 잊혀 진 존재가 돼야 한다.

그게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나 한나라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 폭락으로 이미 여권 내부의 원심력이 통제권역을 벗어난 상황이다.

따라서 권력 암투는 갈수록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 ‘분란(紛亂)의 귀재(鬼才)’로 일컬어지는 당신이 가세한다면 어찌되겠는가.

‘국민 통합’을 갈망하는 우리는 또 다시 정치권에서 촉발된 갈등과 반목을 하염없이 지켜봐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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