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보다 ‘시민’이 우선이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10-08 17:01:26
전.현직 서울시장의 역점사업이라는 게 문제였다.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서울시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당시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던 뉴타운 개발과 오세훈 현 시장의 역점사업인 ‘디자인거리 서울’이 도마 위에 올라 뭇매를 맞았다.
우선 이 대통령이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뉴타운 사업을 보자.
지역주민들에게 좋은 주거환경을 제공한다는 원래 취지와는 달리 뉴타운 개발이 오히려 원주민을 쫓아내고 있었다.
이에 대해 MB와 같은 한나라당 소속인 원유철 의원과 권경석 의원마저 “1125세대 길음 뉴타운에 임대주택은 단 한 채도 없고, 길음 4구역 원주민 재정착률은 17.1%에 불과하다”고 강력 비판하고 나설 정도다.
실제 준공을 마친 길음 뉴타운의 6개구역 입주 현황을 분석한 결과 길음 1구역과 6구역에 임대주택 세대수가 단 한 곳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길음4구역의 재정착 현황을 보면 조합원과 세입자를 합친 재정착률이 17.1%에 불과했다.
이는 그동안 진행돼 왔던 일반적인 방식, 즉 재개발·재건축 방식에 비해 원주민 재정착률(44%, 63%)이 현저히 낮은 것이다.
추가부담금이 현실적으로 높아 서민들이 입주를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 곳에서 터를 잡고 살아온 영세한 원주민들은 오갈 곳이 없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한마디로 시행사와 시공사 배만 부르게 하는 개발방식이라는 말이다.
‘개발의 시급성(지역 낙후성)을 고려하여 지역을 선정한 후, 학교건립 등 인프라 구축을 하여 현지 원주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뉴타운 사업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런 곳이 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재, 서울시에는 35곳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 6곳이 공사중이고, 나머지 29곳은 인가 혹은 계획수립 중이다.
이들 지역이 대부분 길음4구역 뉴타운과 흡사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그나마 재정착 주민을 보면, 부유층만 있고 영세민은 나가는 꼴이다.
뉴타운 지정후 3년(‘02~’04년)간 떠난 가구 중 무주택가구(세입자)와 재산 1억원 미만 영세가구가 5717가구로 전체 전출가구(5,935가구)의 96%나 되는 반면, 재산 6억원 이상은 단 12가구에 불과하다고 한다.
한마디로 뉴타운 사업이 여유 있는 사람들의 재산불리는 장소로 변질되고 있다는 뜻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당시 ‘역점 사업’이라는 시장의 뜻에 따라 공무원들이 뉴타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세한 지역주민의 정착률 제고를 위해 뉴타운사업 실태와 특성을 파악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데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일이 지금도 ‘시장의 역점사업’이라는 미명하에 다시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디자인거리 서울’이라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중점사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오죽하면 오시장과 같은 한나라당 소속인 유정현 의원이 “오세훈 시장을 위한 디자인이냐, 시민을 위한 디자인이냐”고 무리한 추진을 문제 삼았겠는가.
실제 이 사업은 ‘세계디자인수도’ 스케줄에 맞춘 급작스런 사업변경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미 지정된 10곳에 대한 1차 사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갑자기 20곳을 곳을 추가 지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예 시범사업 평가조차 하지 않고, 추가지정을 20곳이나 더 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지만, 서울시는 그렇게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였다.
뿐만 아니라 예산도 엉터리로 집행됐다.
실제 서울시는 월간조선 별책부록 ‘DESIGN SEOUL Revolution’제작비 1억원을 전액 지원하는 어이없는 짓을 자행했다.
과거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절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어쩌면 조선일보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옳지 못하다.
서울시장의 ‘역점사업’이라는 것은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진행돼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서울시장이라는 위치가 차기 대권을 생각하게 만들고, 그러다 보니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게 되고, 그로 인해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쯤, ‘대권’이 아니라, ‘시민’을 먼저 생각하는 서울시장을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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