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아이’ 스크린 비수기속 예매율 ‘1위’
낡은 스토리, 스필버그 만나 ‘환골탈태’
시민일보
| 2008-10-12 19:16:27
슈퍼컴퓨터가 파놉티콘의 시선에서 인간을 감시, 조종하기 시작한다. ‘언젠가 로봇이 인간을 지배할 지도 모른다’는 인간의 근원적인 두려움을 독수리의 눈으로 바라봤다. ‘인간’이란 먹잇감을 순식간에 낚아챌 수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다.
영화 ‘이글 아이’(수입 CJ엔터테인먼트)는 ‘당신의 모든 것이 감시되고 있다’는 콘셉트에서 출발한다. 10년 전 스티븐 스필버그가 착안한 이 이야기는 21세기 기술력을 덧입어 구체화됐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불안감, 예측 불가능한 로봇 기술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더해 ‘이글 아이’만의 공포가 완성된다. 19세기 정체 모를 귀신에 떨었던 인간들은 22세기쯤 있을 법한 ‘사이버 귀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공포영화가 말초적인 인간의 본성을 통해 서늘함을 불러온다면, 이 영화는 이성적인 인간의 사고에 의해 두려움을 이끌어낸다.
화려한 액션, 뛰어난 볼거리, 현란한 제작진,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제작자 명함…, 내용 역시 평균 이상의 재미를 지녔다. “재미있는 영화” 혹은 “괜찮은 영화”, “볼만한 영화”라는 관객평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번 주 극장가에 ‘이글 아이’를 누를 만한 영화는 객관적으로 없다. 이미 예매율에서도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며 금주 박스오피스 정상 좌석을 예약해 놨다.
그런데 “역시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찬사까지는 힘들 듯 보인다. 일단, 인간이 만든 기술로 인류에게 재앙이 올 수 있다는 소재는 여기저기서 우려먹었던 이야기다.
‘CCTV가 당신을 감시한다’는 상관관계도 TV 프로그램을 통해 주기적으로 접했던 뉴스다. 영화를 통한 ‘이슈 메이킹’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휴대폰 감청,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문제도 심각하긴 하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문제점들이다. 했던 얘기 자꾸 또 하면 두려움도 조금씩 무뎌지게 마련이다.
어쨌든 오해하지 말아야할 것은, 이 영화는 스필버그의 연출작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필버그(62)는 제작총괄, 감독은 D J 카루소(4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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