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MB, ‘구세주’는 박근혜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10-13 15:47:54
위기의 MB, ‘구세주’는 박근혜
엊그제 모처럼 시간을 내어 를 사랑하는 애독자들을 만났다.
술잔이 어느 정도 돌아가더니, 여기저기서 이명박 정부를 향한 불만들이 터져 나왔다.
역시 가장 큰 화두는 경제문제였다.
“경제 대통령이라고 해서 돼서는 안 될 사람을 ‘울며 겨자 먹기’로 뽑아줬더니, 이게 뭐야. ‘9월 위기설’ 넘긴 게 아니라, ‘12월 위기설’로 시간 만 끌었다는 소리가 들려. 죽어 가는 목숨에 인공호흡기를 달고 연명하는 꼴이지.”
“고금리에 부동산 값 폭락으로 이제 대출 받고 집 산 사람들 죽어 나가는 일이 여기저기서 벌어질 걸. 그런데 500만호 건설이라니 미친 거 아냐?”
“이명박 정부에서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우리나라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는데 믿음이 가는 사람 있나? 이명박 정부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도무지 믿음이 안가.”
이런 불만들이 잇따라 터져 나올 때, 누군가 이렇게 물었다.
“만약 박근혜가 대통령이 됐다면, 어찌 됐을까?”
그러자 누군가가 “지금 우리에게 닥친 이 경제 위기는 국제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됐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지금의 위기는 전쟁광인 부시 대통령의 오판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 등으로 미국 정부가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 것도 돈이 말라 더 이상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지금 미국 정부에 돈이 말랐다. 이 영향이 전 세계로 파급될 것이다”라고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의 발언이 끝나자, 한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침묵이 흐르는가 싶더니 여기저기서 반론이 잇따랐다.
일단 지금의 경제위기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박 전 대표도 어쩔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이유는 박 전 대표에게 이를 타개할만한 어떤 ‘혜안’이나 ‘신적 능력’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국민의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즉 박 전 대표가 ‘희망’을 이야기 하면서 “함께 고통의 시간을 이겨나가자”고 호소하면, 그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이 있더라도 즐겁게 그의 뒤를 따라 갈 것이고, 결국 그게 위기를 극복하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강부자’ 내각으로 통하는 이명박 정부가 그 같은 말을 하면, 우리 국민 가운데 몇 %나 신뢰하고 귀를 기울일까?
어쩌면 이것이 이명박 정부를 향한 국민의 ‘신뢰도’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정부가 무슨 수로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독자들이 내린 결론은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지 못한 게 너무나 안타깝다”는 거였다.
그 때 한 독자가 어느 미국인 친구가 자신에게 한 말을 이렇게 전했다.
“우리는 이제 몇 개월만 지나면, 미국 경제를 파탄 낸 부시가 물러가고 새로운 ‘희망’을 가길 수 있게 되지만, 한국민들은 앞으로도 4년하고도 몇 개월을 더 ‘절망’ 속에서 몸부림쳐야 한다.”
그러자 누군가가 곧바로 “그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응수했다.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그런데 그의 답변은 의외로 싱거웠다.
MB가 중도에 사퇴 할 수도 있다는 것.
그것도 자진 사퇴가 아니라 국민요구에 떠밀려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스스로 ‘경제 대통령’이라고 말했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는데, 경제를 망치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등등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모르겠다. 그의 말처럼 MB가 중도에 사퇴할지 어떨지, 필자가 함부로 예측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결코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지 못할 것이란 점이다.
‘신뢰’를 회복하려면, MB가 국민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박 전 대표에게 납작 엎드리는 길 말고 또 다른 방법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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