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책,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10-22 17:00:45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대부분 부유층에 편향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효석 의원은 “부유층 감세를 중단하고, 경기대책과 중산서민층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같은 날 민주당 송영길 최고위원은 정부가 전날 건설사업 지원방안인 이른바 ‘10.21 대책’을 발표한 것에 대해 “도대체 왜 국민이 건설사 문제를 책임져 줘야 하느냐”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이들 모두 야당 인사들이니까 정부의 정책을 곱게 볼 리 없겠지만, 문제는 이들의 주장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금 세계의 경제 상황은 매우 위태로운 시점이다.
일각에서는 ‘대공항 이후 처음’ 혹은 ‘100년 만에 한 번’이라고 말할 정도로 세계경제가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747 공약’에 따라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7%로 잡으려고 했었다.
비록 “터무니없는 전망치”라는 여론에 밀려 6%에서 다시 5%로 낮춰 잡기는 했지만, 그것도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잘해야 3% 정도라는 것.
심지어 내년도 경제 성장률은 3%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날 정도다.
만일 이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3%에 그치면 어찌될까?
일대 혼란이 불가피하게 된다.
성장률이 1% 하락하면 세수는 1조5000억 원~2조 원 가량이 감소된다. 2% 라면 무려 3조원에서 4조원 정도가 감소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차별 적인 감세정책까지 편다면, 도대체 정부의 재정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중산서민층에게 부담되고 있는 유류세 등 간접세는 일부 인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의 법인세를 인하하거나, 강남 부유층의 종합부동산세를 사실상 폐지하는 식의 감세정책은 즉각 중단해야만 한다.
종부세법안의 개정 혜택은 어디까지나 선의의 피해자에 국한하도록 제한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마구잡이식으로 감세정책을 폈다가는 국가의 재정이 파탄 날지도 모른다.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복지혜택 축소와 같은 형태로 돌아오게 될 것 이다.
분양가를 올려 돈 벌 때는 자기 돈이고, 안되면 국민 세금으로 지원한다는 게 어디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왜 국민이 건설사 부실문제를 책임져 줘야 하는가.
분양이 안 되면 분양가를 낮춰서 싸게 팔면 된다.
이건 자유시장주의 하에서는 지극히 기본적인 상식이다.
좌파 정권도 아닌, 우파 정권에서 이런 시장원리를 배척해 가면서까지 대형 건설사들을 돕는다니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지금 전문가들은 부동산에 30% 정도의 거품이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따라서 그 거품이 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왜 정부가 나서서 그 거품이 꺼지는 것을 막으려고 이처럼 안달하는지 모두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어쩌면 이런 식의 부동산 부양 대책 또는 건설사의 부도를 막기 위한 대책이 궁극적으로는 금융 부실을 더 가속화 시킬지도 모른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주택을 구입하려는 서민들을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즉 주택담보 대출의 경우 이미 고정금리가 10%대를 넘어섰는가 하면, 변동금리의 경우도 8% 가까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금리를 인하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게 보다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그러면 자동적으로 수요심리가 발동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미분양 주택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다만 이런 경우 역시, 투기꾼들의 발효를 막기 위해 그 대상을 반드시 1가구 1주택자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수백억원대의 자산가인데다가 대형건설사 CEO 출신인 까닭에 팔이 안으로 굽는지는 모르겠으나, 대통령이라면 그런 문제에서 초연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 대통령은 강남 ‘땅부자’만을 위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는가?
또 퇴임 후 건설사들로부터 감사패를 받는 게 그토록 소원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어떻게 하는 게 서민들을 위한 정책인지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그들로 하여금 세상 살맛나도록 제대로 된 정책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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