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 ‘선거용품’인가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10-23 14:20:55

예상했던 바대로 한나라당에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10.29 재.보선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어렵지만 해볼만 하다고 평가했던 충남 연기군수 재선거의 경우 더블 스코어 가까운 격차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한나라당 '텃밭'으로 알려진 울산 울주군수 보궐선거마저 최근 자체조사 결과 적극 투표 층에서 오히려 판세가 역전됐다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지난 22일 박희태 대표 주재로 안경률 사무총장 및 울산지역 의원들을 소집해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의원 및 당직자 총동원령을 내렸다.

실제 한나라당은 중앙당 당직자 2명을 울주 지역에 급파하는 한편, 박희태 대표는 물론, 최고위원을 비롯해 거물급 당직자들을 줄줄이 내려 보내 조직적 지원유세를 벌일 계획이다.

특히 24일 가 제정한 ‘제6회 의정.행정대상’ 시상식이 열리는 날에도 박희태 대표를 비롯, 대부분의 최고위원들마저 지원유세를 나가느라 시상식에 참석조차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한마디로 초비상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에서는 비교적 재.보궐선거에서 자유로운 장광근 서울시당 위원장이 당 지도부를 대신해 참석, 한나라당 소속 수상자들을 축하해 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민주당에서 정세균 대표가 직접 참석해 민주당 소속 수상자들을 축하해 주는 여유를 갖는 것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대목이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던 한나라당이 어쩌다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을까?

아마도 이명박 정부의 무능하고 부패한 국정운영 방식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에 대한 희망’을 내걸고 정권을 잡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경제 위기는 제2의 IMF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즉 불안한 경제 문제가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폭락시키고, 결국 그 여파가 한나라당에게 까지 미치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장기간에 걸쳐 20% 초반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장기간에 걸쳐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는 말은 고착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정권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20%대 고착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보수 지지자들도 상당수 이탈,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부터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충성도 강한 원조 친이(親李) 지지자들만 남아 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 20%는 무엇을 해도 좋다는, ‘이명박 대통령은 나의 대통령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실 주식시장이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보수적인 지지층이 먼저 이탈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경제위기와 더불어 쌀 직불금 문제까지 터지면서 서민층을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이 추가적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극한 상황 속에서도 그나마 한나라당 지지율이 30% 중반대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한나라당에 ‘박근혜’ 라는 거인이 버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한나라당 지지도 절반이다.

결국 나머지 절반은 박근혜 전 대표의 몫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한나라당 재.보궐선거 후보들은 모두 박 전 대표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한 핵심 당직자는 ""연기군에 박근혜 전 대표 사진만 붙여놓고, 박희태 대표에게 '박근혜 전 대표는 언제 내려오느냐'고만 물어 본다""며 혀를 찼다고 한다.

당에서도 박 전 대표에게도 재.보선 지원유세를 간절하게 요청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참 한심한 노릇이다.

선거는 당연히 당에서 지도부 등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책임지고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러나 현재 박 전 대표는 그 어떤 당직도 맡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무슨 선거용품도 아닌데, 매번 재.보선 때마다 이처럼 지원유세에 동원시키려 드는 것은 옳지 않다.

박 전 대표는 지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국정감사에 전념하고 있다.

당보다 국민을 위해,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국회의원의 임무에 충실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당 지도부는 그를 무리하게 선거에 동원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나저나 이처럼 ‘박근혜’만 쳐다보는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폭락에도 불구하고 반사이익조차 기대하지 못하는 야당이나 한심하기는 마찬가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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