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구 ‘로컬 거버넌스’ 출범에 즈음하여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10-27 16:23:35
김우중 서울 동작구청장이 드디어 ‘로컬 거버넌스(Local governance.정책지역협의회)’를 구성,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아마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로컬 거버넌스’ 개념을 도입한 것은 동작구가 최초일 것이다.
이는 현재 다른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자문기구 같은 형태와는 차원이 다르다.
다른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유사한 명칭의 기구 등은 대부분 여론수렴 역할을 하거나 단체장에 조언을 하는 역할 수준에 그치지만, 동작구의 ‘로컬 거버넌스’는 말 그대로 지자체의 정책 수립과정에서부터 직접 지역주민과 전문가들이 참여하게 하는 명실상부한 ‘거버넌스’다.
필자는 이미 5년 5개월 전에 각 지방자치 단체에 ‘로컬 거버넌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실제 지난 2003년 5월 필자는 ‘로컬 거버넌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지방정부가 중앙집권적 정치·행정 체제를 벗어나 변혁의 물결에 주체적,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로컬 거버넌스’(Local Governance)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로컬 거버넌스’는 한마디로 ‘지역사회의 협력적 네트워크’ 구축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지방정부(지자체)와 지역기업, 학계, 비정부기구(NGO), 언론 등 지역사회 구성인자 간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으로 이는 지방정치나 행정을 지방정부 주도하에 일방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방식과는 상당한 차별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게 당시 필자의 생각이었다.
완전한 지방분권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앙의존에서 벗어나 자립하려는 지역 차원의 새로운 각성이 뒤따라야 한다.
지방이 분권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독자적인 힘만으로는 온전한 지방분권 실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방이란 지방자치단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지방정부는 물론이고 지역기업, 학계, NGO 시민단체, 언론 등 지역사회 구성인자 모두를 포함하는 것이다.
이들 간에 협력적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중앙집권적 정치·행정 체제를 벗어난 변혁의 물결에 주체적·능동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지방자치 단체장들은 ‘로컬 거버넌스’ 도입에 회의적이었다.
비록 노원구에서 관심을 표명하기는 했으나, 실제 도입 과정에서는 아쉽게도 ‘정책 자문기구’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나마 ‘로컬 거버넌스’에 대한 개념조차 희박했던 시절에 그런 노력이라도 보였다는 점에서 이노근 구청장은 상당한 역할을 한 셈이다. 일종의 선구자인 셈이다.
당시 중앙정부도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필자는 그때 행정자치부에도 같은 제안을 했으나, 아예 관계자들은 ‘로컬 거버넌스’가 무슨 말인지조차 모르는 것 같았다. 개념조차 서 있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행안부가 지난 8월 ‘로컬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방행정연수원에서 28일부터 29일까지 양일간 지방의원과 NGO, 지역학계, 공무원이 참여하는 ‘로컬 거버넌스과정’을 운영했다는 점이다.
당시 지방행정연수원은 지방의원 10명, 시민단체 대표 14명, 시도연구원 4명, 지방간부공무원 11명 등 총 39명이 참여하는 ‘로컬 거버넌스’ 과정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그런데 이제 동작구가 최초로 제대로 된 ‘로컬 거버넌스’를 운영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이는 지역발전은 물론 자치행정 조기 정착을 위한 획기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김우중 구청장은 “로컬 거버넌스는 주요정책사업 등에 대해 주민들의 견해를 반영해 구민 본위의 자치행정을 실현하는 것으로 매우 의미 있는 모임”이라면서 “로컬 거버넌스를 통해 나오는 제안들은 우리 구 정책 추진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로컬 거버넌스’의 역할은 막대하다.
지역기업의 활성화로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가 하면, 지역 관내 대학은 그 이론을 수립해 주고, 시민단체는 기꺼이 지방정부의 사업에 동참함에 따라 지역발전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지방언론은 당연히 지방정부와 지역기업, 지방대학, 시민단체 등의 활동을 홍보하는 기능을 맡아줄 것이다.
김우중 구청장처럼 깨어있는 단체장들은 이처럼 지역구성 인자 간 네트워크 형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반면, 이런 개념조차 없는 한심한 단체장들도 있다.
아예 지방(로컬)지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아 전국지와의 차별성을 모르는가하면, ‘거버넌스’ 개념을 도입할 경우 자신의 ‘권한 축소’를 우려하는 어리석은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이런 사람을 단체장으로 선택한 주민들이 그저 불쌍한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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