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사냥의 덫을 치워라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10-29 12:04:17

먼저 이 글은 이명박 대통령께서 꼭 읽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 몇 번을 망설이며 고심했는지 모른다.

그동안 필자가 썼던 글들과는 전혀 다른 논조의 글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한편의 글로 인해 무수히 많은 애독자들이 등을 돌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펜을 꺾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 글을 쓰기로 했다.

최근 필자는 중앙정치 문제보다는 경제문제와 지방자치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총선과 대통령선거가 아직 멀었고, 경제문제 이외에 뚜렷한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언론인들이 중앙정치권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게 ‘국민통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기업인들을 만나 자주 조언을 듣는 편이다. 물론 경제문제 해법을 찾아보기 위함이다.

최근 모 기업의 총수를 만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를 뒤덮고 있는 경제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미국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10년 전부터, 즉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이후 불안한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 금융위기의 여파로 우리나라 실물경제에 위기가 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이 기업인 사냥을 위해 곳곳에 쳐놓은 덫이 지뢰밭처럼 깔려 있어 기업인들의 투자 의욕을 꺾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김대중 정권 이후 기업인들은 사냥감이 되고 말았다.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이고 국정원, 검찰, 경찰까지 모두 기업인들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다. 기업을 하는 순간 ‘준범죄인’ 취급을 받는 셈이다.”

어느 기업 총수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우리가 ‘멧돼지 사냥감이 된 기분’이다. 민가에 내려와 농작물을 망치는 멧돼지를 쫓아내기 위해 농작물 근처에 덫을 놓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아예 멧돼지 씨를 말리기 위해 이산 저산 곳곳에 덫을 깔아놓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모든 기업인들은 지금 덫을 피해 살아가는 멧돼지가 된 기분이다. 이런 상태에서 누가 투자를 할 의욕이 생기겠는가.”

또 다른 기업 총수는 이렇게 말했다.


“고(故)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처럼 기업인들을 우대하지는 못할망정 범죄인 취급하는 게 어디 말이나 될법한 일이냐. 지금은 경제 살리기를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딴 거 없다. 기업인들의 투자 의욕을 북돋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즉 기업인들을 사냥하기 위해 깔아 놓은 덫을 당장 치워야 한다는 말이다.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한시적으로라도 청와대가 직접 기업인들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만큼은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국정원, 검찰, 경찰들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 것도 특단의 조치로 한번 쯤 생각해 볼 문제다.

청와대 산하 직속 기구를 두는 것도 정치권의 합의가 선행된다면 충분히 고려할만 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하려면 각 기관이 깔아 놓은 덫을 피해가는 훈련부터 받아야 한다는 웃지 못 할 소리가 들린다.

투자를 하려고 해도 겁이 난다는 것이다.

또 어떤 꼬투리를 잡기위해 어떤 기관이 나설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

그럴 바에야 차라리 있는 돈 싸들고 가만히 앉아 있거나, 외국으로 나가는 게 낫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기업인들의 투자의욕을 꺾는 이런 일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우리 경제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10년 전으로 돌아가라.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쳐 놓은 기업인 사냥의 덫을 모두 치우고, 극히 제한적인 덫만 설치해 놓으라는 말이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기업인들은 이런 일이 진행될지 알았는데, 겨우 전봇대 하나 뽑는 일만 했다고 불만이다.

기왕 전봇대를 뽑았으니, 이제는 다른 덫들도 치워주기 바란다.

시간이 없다.

더 큰 경제 불황의 늪으로 빠지기 이전에 이명박 정권은 기업인 사냥의 덫을 치우는 일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끝으로 과거 김대중 정권 때, 기업인들을 사냥하는 덫이 하나씩 설치될 때마다 마음속으로 박수갈채를 보냈던 필자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준 기업인들의 용기 있는 고백에 감사를 드리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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