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명박’으로는 재집권 못한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11-03 16:21:42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이 3일 “이명박 대통령은 근자에 측근 인사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우파의 연속적인 집권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그는 이날 ""야당이 고맙다""는 제하(題下)의 칼럼에서 “이미 MB세력 내에서는 우파정권의 계속 집권을 포석하기 시작했다는 소리가 들린다”면서 이 같이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 자신이 좌파에 대한 인식이 미온적이었음을 시인하고 친북좌파 척결에 의지를 보였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이 대통령이 ‘우파의 재집권’ 문제를 측근들과 논의했다면, 틀림없이 자신의 후계자 문제를 거론했을 것이다.
그게 누굴까?
일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박 전대표가 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그러니까 4.9총선을 앞둔 공천과정에서 “나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대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태도는 하나도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 역시 ‘이명박 후계자’로 차기 대권주자가 되는 것을 달가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지율 20%대로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를 바 없는 MB의 후계자가 되는 것은 ‘본선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정몽준 최고위원은 어떨까?
역시 아닌 것 같다.
지난 7월 한나라당 내에서 메머드급 ‘친이(親李)’계파 모임이 만들어질 때 가장 반대한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정 최고위원이다.
당시 자신을 ‘왕따(?)’ 시켰던 박희태 대표를 향한 불쾌감을 거침없이 토로했던 그는 요즘도 ‘친이’ 중심의 한나라당 지도부와도 180도 다른 행보를 보이는 일이 다반사다.
MB의 후계자다운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어쩌면 정 최고 자신이 이 대통령과 ‘선긋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누가 ‘이명박 후계자’가 되어 ‘우파의 재집권’을 모색하게 되는 것일까?
수차에 걸쳐 언급했듯이 필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그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김명박(김문수+이명박)’이 탄생하는 것이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은 김 지사에게 ‘수도권 규제 완화’라는 전리품을 챙겨 주었다.
그것도 인기가 바닥인 이 대통령을 향해 ‘배은망덕한 정부’ ‘망국적 정책’ ‘공산당보다 더한 규제’ 등 원색적인 표현까지 해가면서 얻은 전리품이다.
최근 경기도민을 상대로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후보 지지도를 묻는 질문에서 김문수 지사가 무려 10%대의 지지를 받았다는 소리가 들릴 정도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 여파는 같은 수도권인 서울과 인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결국 그는 수도권 표심을 바탕으로 유력한 한나라당 대권주자로 부상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는 이 대통령이 수도권 표심을 바탕으로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리했던 것과 같은 형태다.
마치 ‘김명박’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 같다.
특히 김대중 고문은 MB가 ‘우파의 재집권’, 즉 자신의 후계자 문제를 논의하면서 “친북좌파 척결에 의지를 보였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는 MB의 후계자는 ‘좌파척결 의지’가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그러면 김문수 지사에게 과연 그런 의지가 있는가.
솔직히 민중당 출신인 그에게 이런 것을 기대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최근 그의 발언들을 보면 마치 ‘우파의 전사’라도 되는 양, 매우 과격한 발언들을 여과 없이 쏟아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최근 조갑제씨는 민중당 출신인 김 지사를 가장 자유주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우파인물’이라고 잔뜩 치켜세우기도 했다.
실제 조씨는 최근 김지사를 향해 “법치수호와 규제개혁, 사형제 지지, 북한 인권 문제제기를 동시에 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문수 지사는 가장 자유주의적(우파적·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좌파 척결의 의지가 가장 강한 사람이라는 뜻 아니겠는가.
조씨는 경선 과정에서부터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심조심(李心趙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결국 ‘김명박’이 우파 재집권을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야말로 최악의 수다.
진정으로 우파의 재집권을 바란다면,
MB는 완전히 뒤로 빠져야 한다.
전적으로 당원과 대의원들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말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한나라당 후보가 ‘이명박 후계자’로 낙인찍히면, 끝장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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