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 왜 북한을 자극하는가?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11-13 12:02:34
북한이 남북 당국 간 핫라인 역할을 해왔던 판문점 남북적십자 채널을 끊고 다음달 1일부터 군사분계선의 통행을 엄격히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9개월간 경색국면을 이어온 남북 관계가 중대국면을 맞은 모습이다.
우선 당장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조업 차질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아예 개성공단이 폐쇄는 것이나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북한은 북핵 검증의 핵심인 시료채취 이른바 ‘샘플링’을 거부하겠다고 밝혀 북핵 6자회담마저 또 한 번 암초에 부딪히고 말았다.
구소련의 붕괴로 세계는 냉전체제에서 벗어나 서로가 상생의 길을 찾고 있는데 반해, 유독 우리만 급속한 냉전체제로 돌입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물론 그 일차적인 책임은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에 있다.
하지만 그 이후 이명박 정부의 모습은 어떠한가.
정말 진지하게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여 왔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사태가 이렇게 커진 것은 아주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단체들이 북한에 아주 자극적인 내용의 삐라를 무차별 살포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가뜩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로 북한의 군부는 신경이 매우 날카로운 상황이다.
그리고 실제 그의 건강에 어느 정도 이상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김정일 위원장을 둘러 싼 굉장히 자극적인 내용이 담긴 삐라를 살포했으니, 북측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당시 이명박 정부에 ‘삐라 살포를 만류하라’는 내용의 칼럼을 썼던 것이다.
삐라가 북한 군부를 자극하고, 그로 인해 우리가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늑장을 부리다가 최근에야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삐라 살포를 자제해 달라”고 한마디 던졌을 뿐이다.
북한은 앞서 지난 달 2일 군사 회담에서 이 문제를 가지고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와 줄 것을 요구 했었다.
그때 우리 정부가 조치를 취했더라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물거리다가 결국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막기 어렵게 된 상황으로 꼬이고 말았다.
그러면서 이날 발표한 조치에 대해서는 “1차적”이라고 표현했다.
즉 단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같은 날 “때로는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며 엉뚱한 발표를 하고 말았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이 발언은 우리 국민들에게는 좋은 메시지다.
우리가 어떤 복안을 가지고 여유 있게 대응 하고 있구나하면서 국민들을 안심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 오기 때문이다.
또 기다리는 게 정말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우리 당국의 조치가 미흡하다고 생각을 하면 곧바로 개성공단 폐쇄로 이어질 수 있는 아주 급박한 상황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에는 “느긋하다, 한번 해보자” 하는 식으로 자극 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어쩌면 북한으로 하여금 후속 조치, 즉 보다 강경한 조치로 나갈 빌미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실제 정치권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경우 제한적인 규모의 무력 도발 가능성까지 거론 하고 있는 마당이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에 하나, 지금 바닥을 기고 있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극약처방으로 북한을 고의적으로 자극하고, 그렇게 해서 무력도발을 유도하는 전략이라면 정말 위험한 발상이다.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아울러 북한 역시 오판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비록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바닥이라고는 하나, 그대들이 무력도발을 감행한다면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쳐 맞서 싸울 것이다.
이런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일이 없도록 남북 당국은 이제부터라도 진지하게 가슴을 열고, 대화에 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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