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좌도 아니지만 극우도 아니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11-19 14:36:00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17일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방식에 대해 ‘쓴소리’를 해댔다.

그는 이날 경제지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MB실정 가운데서도 특히 국민갈등을 부채질하는 정책들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했다.

가진자와 못가진자들 간의 갈등을 키우는 경제 정책의 부재는 물론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수도권 규제완화, 영호남 지역 갈등을 촉발시키는 이른바 ‘고소영’ 식 인사문제, 남북 갈등을 확대하는 대북강경책 등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가며 잘못을 지적한 것이다.

이로써 박 전 대표의 모든 행보는 ‘국민통합’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그 중에서도 박 전 대표가 특히 주안점을 둔 것이 대북강경책에 대한 비판이다.

실제 박 전 대표는 다른 사안들은 모두 ‘비보도(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했으나, 대북정책만큼은 아예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박 전 대표는 대북정책에 대해 이 대통령에게 유연한 입장을 주문했다.

그는 ""5년마다 바뀌니까 정책 하나 뿌리내리는 것도 없고, 한번 정권이 바뀌니까 사람, 정책 다 바뀌어 대북정책이 바뀌니 이래서 되겠는가""라고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한 박 전 대표는 ""통일 독일처럼 우리도 동북아 경제공동체 구성 같은 것을 제안해 이 틀 속에서 남북간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남북경협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여야가 남북관계의 커다란 틀을 합의해 놓으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을 펼 수 있으며 정쟁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구제적인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그동안 필자가 일부 극우 네티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이 대통령에게 유연한 대화를 주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남북 갈등이 결국 남북간은 물론 동서간에 해묵은 이념 갈등을 유발해 결국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말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남북 긴장관계가 형성되면서 일부 극우 세력들이 마치 물 만난 고기떼처럼, 날뛰고 있다.

이른바 ‘기부천사’라고 일컬어지는 문근영씨에 대해 가해지는 린치도 대부분 이들의 짓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마치 매카시즘을 연상케 하는 선득한 대목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량한 시민들은 문근영씨의 선행에 대해 입을 모아 칭찬하고 있다.

즉 시민들은 문근영씨의 선행에 대해 좌파니 우파니 하면서 이념 문제를 제기하는 자들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파 가운데서도 일부 ‘망둥이’ 같은 극우세력이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남북 긴장관계가 팽팽한 시점을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시킬 수 있는 호기(好期)로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게 문제다.

자신들의 득세를 위해서 지금이 이념문제를 촉발시킬 좋은 기회일지는 모르지만, 그로 인해 박근혜 전 대표 등 합리적 보수주의자들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민통합’을 원하는 합리적인 보수 우파는 극좌 세력은 물론 극우 세력의 준동까지 모두 저지해야만 한다.

지금 박 전 대표가 그리는 정부는 지난 18대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밝혔듯이 ‘화합의 정부’, 즉 ‘국민통합의 정부’다.

그가 내건 ‘국민통합’ 이라는 구호는 이번 미국대통령 선거에서 그 위력을 발휘한 것처럼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흑인 후보,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당선의 의미가 무엇인가.

바로 ‘국민통합’이었다.

앞으로 4년 몇 개월 후에 다가올 우리나라의 대통령 선거 역시 버락 오바마처럼 ‘국민통합’을 추구하는 후보가 승리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극우 세력의 준동은 합리적 보수주의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앞길에 장애가 될 뿐이다.

조용히 침묵하면서 때를 기다려야할 박 전 대표가 왜 이처럼 민감한 시기에 그토록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는지, 그의 지지자들이라면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나저나 이번 ‘망둥이’ 사건으로 인해 중도표심이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것이나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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