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의 기록 ‘쌍화점’ 베일 벗다

유하 감독 “노출수위 ‘결혼은 미친짓이다’보다 높다”

시민일보

| 2008-11-25 19:23:40

조인성·주진모·송지효 과감한 베드신 연기 화제몰이


조인성(27)과 주진모(34)의 동성애 베드신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쌍화점’이 장막을 걷어냈다. 격정의 고려를 배경으로 금기의 기록을 그려낸 대작이다.

25일 서울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쌍화점’의 주인공들이 궁금증에 답했다. 초대형 규모, 동성애 코드, 세 배우의 노출 연기, 비극적 이야기 등 소재와 내러티브 모두 관심이 집중된 영화다.

유하(45) 감독은 ‘쌍화점’을 셰익스피어의 비극에 빗댔다. 비극적 내러티브의 교과서 격으로 활용되고 있는 셰익스피어식 비극을 창조하고픈 바람을 영화로 옮겼다. “비극적 이야기의 원형이 되는 드라마를 해보고 싶었다”며 한국 영화계의 셰익스피어를 꿈꾸는 중이다.

고려가요 ‘쌍화점’이 내포하는 남녀상열지사, 한국적 비극의 뿌리를 찾아내 영화에 반영했다. “조선 시대의 정적인 느낌보다 다이내믹하고 탐미주의적인 사극을 해보고 싶었다”면서 고려시대를 떠올렸다. 사료가 부족한 까닭에 “상상력에 의존했고, 최대한 취재로 보완하는 방법을 사용했다”며 이야기를 구성했다.

내러티브가 영화의 핵심이지만, 정사 정면은 불가피했다고 강조한다. “고려가요 쌍화점은 육체성의 축제가 근간이 된다”는 설명이다. 수위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보다 높다”며 간결하게 요약했다.

극중 왕인 주진모가 동성애자로 등장한다. 미소년 친위부대 수장 조인성과의 동성애 코드가 발견되는 접점이다. 고려왕과 정략 결혼한 원나라 공주 송지효(27)도 과감한 노출연기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유 감독은 이 영화를 퀴어물로 구분 짓지 않기를 바란다. “동성애란 코드는 외피에 불과하다. 영화에 필요한 장치라고 생각했다”는 이유다. “소수자를 통해 보편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을 드라마의 속성으로 파악하고, 이를 기회 의도에 반영했다.

사극이 역사를 서술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신념이 확실하다. 옛날 옛적 이야기가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어야 한다고 여긴다. 유 감독은 현 시점 최고의 화두를 젠더, 성 정체성 문제로 파악하고 “그게 장애물이 되는 멜로 드라마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사극이란 방식을 도입해 현실적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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