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특별관리’ 잘 될까?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11-27 14:24:40
청와대가 박근혜-강재섭 전 대표 등 한나라당 유력 정치인들을 개별적으로 관리해 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27일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가 특별 관리할 유력 정치인은 대략 20여명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이상득 홍사덕 남경필 김무성 안상수 황우여 정의화 이해봉 김영선 의원 등 4선 이상 의원이 대부분 들어가 있다.
또 친이(친이명박)계 핵심인 이재오 전 의원, 정두언 의원과 함께 강재섭 전 대표도 특별관리 대상에 포함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는 “청와대가 여당 내 유력 정치인들과 개별적인 채널을 갖춘 뒤 국정 운영 내용과 방향을 직접 설명하고 자문을 구하겠다는 것으로 이른바 ‘주요 정치인 특별관리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나도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특별관리하고 있는 셈인데, (청와대에서 여당 중진의원들을 특별관리한다는 것은) 특별관리는 아니지만,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라고 밝혔다.
물론 청와대가 여권 유력정치인들을 만나 그들로부터 국정운영에 대한 자문을 구하겠다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청와대가 내세우는 명분보다 그 속셈에 대해 필자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특별관리 대상에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홍사덕 김무성 김영선 의원 등 쟁쟁한 친박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혹시 다른 의도는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청와대 ‘특별관리’의 목표는 친정체제 강화다. 한나라당 지도부를 제치고 청와대가 당을 직할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필자 역시 김 씨의 이 같은 분석에 공감한다.
그러나 청와대의 시도는 실패로 끝날 확률이 높다. 바로 그 관리대상에 ‘박근혜’를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사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미 MB와 동급 위치에 서 있는 사람이다. 특히 MB의 지지율은 박 전 대표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하다. 그런 사람이 박 전 대표를 관리한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다.
실제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여당인 한나라당보다 훨씬 낮다. 이 같은 현상이 무려 7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가운데 여당의 지지율보다 낮은 국정지지율을 보인 사람은 김영삼 정권 말기 이외에는 없었다. 바닥 지지율을 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지지율보다는 훨씬 높았을 정도니까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사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의 역대정권은 물론 외국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아주 특이한 현상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특이한 현상’, 즉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한나라당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대통령은 지지하지 않지만 한나라당은 지지하는 유권자 집단이 존재하고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그 일등공신이 바로 ‘박근혜’다.
즉 한나라당 지지율이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보다 높은 데에는 박 전 대표가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말이다.
물론 박 전 대표를 지지하면서 동시에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정 지지율 가운데 순수 이 대통령 지지율만 가려낸다면, 그 성적은 더욱 초라해 질수밖에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런데 그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청와대가 감히(?) 박근혜를 ‘특별관리’ 대상에 포함시켰다니,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청와대가 아무리 당을 장악해야할 필요성을 느꼈기로서니 이건 아니다.
꼭 ‘특별관리’ 하고 싶다면, 이재오 전 의원이나 정두언.남경필 의원 등 MB 측근 의원들이나 나서서 설치지 않도록 잘 관리하라. 그게 상책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청와대는 어설픈 ‘정치인 특별관리’ 구상을 내 던져 버리고, 박 전 대표 앞에 머리 숙여 진솔하게 협조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