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원작 ‘순정만화’ 이번엔 통할까

만화속 풍경·따뜻한 영상… 정서도 닮은꼴

시민일보

| 2008-11-27 18:50:36

눈물·감동적 요소 대신 담백한 느낌 추구는 원작과 달라


만화가 강풀의 작품을 원작 삼은 세 번째 영화 ‘순정만화’(감독 류장하)가 나왔다. 영상도 아름답고, 내용 역시 원작처럼 따뜻하지만 부족한 뭔가가 감지된다.

강풀의 만화는 원작의 인기와 달리 흥행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아파트’, ‘바보’가 사실상 흥행 실패 성적으로 막을 내린 전력이 있다.

하나는 원작과 너무 달랐고, 하나는 원작과 너무 똑같다는 지적을 받았다. 흥행 실패의 이유는 두 영화가 정 반대였지만, 원작을 옮기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핵심은 동일했다.

전작의 실패들을 교훈 삼아 ‘순정만화’는 중용을 택했다.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수준에서 원작을 각색, 순정만화의 느낌을 살리되 내용을 조금 바꿨다.

겨울이 배경인 만화와 달리, 영화는 한여름을 배경으로 한다. 등장인물들의 직업, 관계도에도 조금씩 변화를 줬다.

이름 그대로 순정만화 같은 풍경을 영화로 옮겼다. 밝고 따뜻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역광(逆光) 촬영을 주로 활용했고, 전봇대나 담장 등 만화 같은 소품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유지태의 순박한 웃음과 이연희의 순수한 외모가 ‘순정만화’다운 느낌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내러티브적인 면에서 극적 재미는 미미하다. 띠 동갑인 청년과 소녀가 만나 사랑을 키워 간다는 이야기가 굴곡 없이 표현된다. 세대차이, 나이차 등 현실적 장애물이 더러 있지만 베를린 장벽 정도는 아니다. 이 시대 아저씨들의 로망스, 팬터지가 만화로 구현된다.

일본식 멜로처럼 잔잔하고 포근한 분위기다. 아쉬운 것은 눈물이나 감동을 주는 포인트 없이 긴 러닝타임이 흘러간다는 점이다. 코믹, 감동과 같은 고명을 뿌리는 대신, 백설기 같은 담백함을 추구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신, 느낌을 전해주는 수준이다.

왜 강풀 만화는 영화에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 강풀 만화는 지극히 1인칭 시점이다. 대사보다는 주인공들의 혼잣말과 독백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컷마다 화자가 바뀌며 속내를 밝히다 보니 이야기의 구심점도 흐려진다. 영화로 번안하는 데 어려움이 발견된다.

원작과 다르게도 해봤고, 똑같게도 해봤다. 이번에는 다르면서도 같게 만들었다.

강풀의 영화가 세 번째 승부수를 띄웠다. 영화 ‘순정만화’는 27일 개봉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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