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 마지막 장편 ‘신화의 시대’ 나왔다
미완성 3부작 중 1부… 실질적 자전소설
시민일보
| 2008-12-04 16:11:51
‘주인공 ‘자두리’ 등장과 ‘태산’의 성장 과정 담겨… 스토리 미완성 느낌없어
7월 작고한 이청준(1939~2008)의 마지막 장편 ‘신화의 시대’가 빛을 봤다. 생전에 “신화 소설”이라 부르며 애착을 보인 작품이다. 그의 자전적 성장 일기가 작품 속에 스며있다.
“신화의 시대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꼭 밝혀달라”는 고인의 유언을 받들기 위해 문학평론가 이윤옥씨가 3일 나섰다. 고인의 단문 일기와 창작의 흔적들을 꼼꼼히 짚어내며 이 소설이 지니는 의미를 전했다.
이윤옥씨는 일단 ‘신화의 시대’ 탄생 배경부터 밝혔다. “선생님이 ‘신화를 삼킨 섬’을 쓰면서도 하신 말씀이 문학세계가 한 단계 넘어섰다고 했다. 몰랐던 부분이 보인다고 말씀하셨다”는 회고다. 이청준의 ‘신화’가 지니는 심오한 뜻을 찾아냈다.
본디 ‘신화의 시대’는 3부작으로 구상됐다. 1부까지 완성하고 작고한 탓에 2~3부는 영영 볼 수 없게 됐지만, 2부는 대략적인 짜임새를 파악할 수 있는 얼개까지 있는 상황이다. 3부에서는 고인 스스로를 모델로 이야기를 쓰려 했다는 것 정도만 알려졌다. 다행히 권마다 완결성 있는 스토리를 지니고 있어 1부만 읽어도 미완성같은 느낌은 없다.
이씨는 “선생님이 3부까지 쓰면 내가 살아서 쓸 소설이 완성됐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제일 마지막에 쓰려고 했던 소설이었다”면서 의미를 부여했다. “실질적으로 (이청준) 평전 때문에 조사하고 있는데 등장인물들을 보면 다 존재하는 인물들”이라는 전제로 자전적 소설이라고도 평가했다.
이번에 출간된 ‘신화의 시대’는 주인공 ‘자두리’의 등장과 ‘태산’의 출생과 성장, 출향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얼개까지만 짜여진 2부 ‘신화의 시대’에는 태산이 주인공으로 나오며 자신의 형을 모델로 삼은 ‘종운’이란 인물도 등장한다. 실제 이청준의 형 이름이 ‘이종훈’이란 점이 이 소설의 성격을 일부 설명한다.
이씨는 2부에 등장하는 태산과 조운의 관계에 대해 “예술가적 기질의 조운을 지배하는 인문학적 상상력, 정치가적 기질의 태산이를 지배하는 사회학적 상상력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3부는 “정치학적 태산과 예술가적 조운을 모두 베낀 인물을 설정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청준의 일기와 유품들에 적힌 ‘사람을 베낀다’는 문구로 추측한 것이다.
‘신화의 시대’ 표지 그림은 고인과 예술적 교분을 쌓은 김선두 교수(중앙대 한국화)가 그렸다. 356쪽, 1만1000원, 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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