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은 ‘F학점’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12-09 15:35:53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전문가들로부터 사실상 ‘낙제’ 평가를 받았다.
보수성향이 강한 가 지난 5∼7일 3일간 국내 외교·안보·통일 문제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이명박 정부 대외정책의 평균점수는 F학점에 해당하는 52점으로 나타났다.
절반이 넘는 16명은 긍정적 평가와 관련해 아예 “(평가할 게) 없다”고 답했다.
특히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잘한 점을 묻는 질문엔 50%인 15명이 “없다”고 답했고,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단 1명만 “없다”고 답해 부정적 평가가 대세를 이루었다.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방법론으로는 ‘대북정책 전환(13명)’이 가장 많이 꼽혔다.
‘대북특사 파견을 통한 남북 대화 재개’를 꼽은 사람도 6명이나 됐다.
이는 다른 신문도 아니고 보수 성향이 매우 강한 의 여론조사 결과다.
따라서 신문이 조사대상을 특별히 진보적 성향이 강한 사람들만 선별했을 리 만무하다.
오히려 보수성향의 인사들을 더 많이 조사대상에 포함시켰거나, 최소한 ‘보수-진보’ 성향 구별 없이 골고루 조사대상으로 삼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진보성향과 중도성향의 국민들 모두가 이명박 정부의 대외정책, 특히 대북정책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오히려 30명 가운데 단 1명만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잘못한 것이 없다’고 답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보수성향의 국민들 가운데서도 합리적인 사고를 지닌 상당수가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말 아니겠는가.
30명 가운데 한 명이라는 숫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스팔트 우파’, 혹은 ‘가스통 우파’라고 불리는 이른바 ‘극우적 네오콘’의 비율이라고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은 이들 ‘극우적 네오콘’세력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는 대신 진보성향과 중도성향의 국민들은 물론 합리적 보수성향의 유권자들까지 모두 등을 돌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어쩌면 이들 극우 네오콘 그룹은 자신들의 뜻과 달리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려고 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 당선자까지 “친북 좌파 선봉장”이라고 매도하면서 극렬 반대 투쟁을 벌일지도 모른다.
즉 이들로 인해 남북관계는 물론, 한미관계까지 급속하게 냉각될 위험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이들 극우 네오콘 세력의 지지기반에 연연하는 한심한 정책을 펴고 있으니 걱정이다.
한반도 대운하 문제에서 나타나듯이 이명박 정부는 ‘이랬다, 저랬다’하는 통에 가뜩이나 불신을 받고 있는 마당이다.
그런데 대북정책의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특히 더 심했다.
오죽하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달 17일 경제신문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대북 정책은 국가의 근간이기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 정책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꼬집었겠는가.
이로 인해 우릴 국민들 가운데 겨우 20% 대만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듯이, 어쩌면 북한에서조차 우리 정부를 신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 우리정부는 최근 열린 6자회담에서 북측 수석대표를 접촉하고, 1시간 20분이 넘는 대화의 시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성과를 얻어내지 못한 것 같다.
우리 측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진정성을 설명했다”는 내용 이외에는 아무런 발언도 공개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이에 대해 민주당 최성 정책위부의장은 9일 “이명박 정부가 조건 없는 남북당국 간 대화를 강력히 요청했고,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능성까지 언급했지만, 현 시기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이명박 정부의 남북대결주의 정책의 폐기와 더불어 6.15 선언 및 10.4 남북정상선언의 실천적 이행을 담보하지 못하면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는 북측의 강력한 항의와 대남 압박성 경고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물론 그의 추측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니겠지만, 상당히 일리가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국제적으로 ‘왕따’가 되기 전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대북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나서서 그 같은 의사를 북 측에 전달해 주어야만 한다.
현재 정치권에서 신뢰를 줄 수 있는 인물이라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아니겠는가.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쓸데없는 ‘총리론’을 들먹이지 말고, ‘박근혜 대북특사’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 주기 바란다.
어쩌면 그것만이 남북경색의 국면을 푸는 유일한 열쇠일지도 모른다.
모쪼록 이명박 정부는 불과 몇 % 되지 않는 ‘아스팔트 우파’에 이끌려 합리적 사고를 지닌 다수의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잃어버리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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