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스캔들 ‘촌티 포스터’ 효과?
관객들 “기대안하고 봤는데… 최근 코믹영화 중 최고다”
시민일보
| 2008-12-09 19:37:29
유치한 포장속 알찬내용 돋보여… 재미만큼은 별다섯개
영화 ‘과속 스캔들’(감독 강형철)은 티저 포스터(사진)에서 3류의 냄새를 풍겼다. 코믹물의 전형, ‘비디오용’일 것이라는 인상이다.
‘인기배우 C군, 뒤늦게 밝혀진 충격 과거!’라는 궁금증 유발 표어는 촌스러운 느낌을 줬다.
시사회 이후 이같은 편견은 단번에 불식됐다. “재미없다”는 소수 의견도 존재하겠지만, 적어도 “볼 만하다”는 평가가 새어 나왔다. 상당수는 “최근 본 코믹 영화 중 최고”라고 칭찬했다. 평점은 몰라도, 재미만큼은 ★ 다섯개를 줄 법하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이렇다 할 대표작이 없었던 차태현, 낯선 얼굴의 신인 박보영, 생소한 어린이 배우 왕석현이 반전 같은 영화를 찍어냈다. 억지웃음을 주려는 슬랩스틱 코미디나 고군분투 원맨쇼가 아니다. 감동과 웃음을 적절히 버무려내 미소와 폭소를 동시에 자아낸다.
애초에 이 영화가 ‘기대작’ 명부에 없었다는 단점은 장점으로 승화됐다. 의외의 재미, 기대 이상의 코믹함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매개체가 됐다.
속도 위반이 과속으로 진행된다면 36세 나이에도 할아버지가 될 수 있다는 계산으로 스캔들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미혼조부-미혼모-아이’로 이어지는 ‘수난 3대’가 완성된다.
이런 설정에 살을 제대로 붙였다. 한 물 건넌 스타가 과속 스캔들을 막기 위해 애쓰는 모습과 철부지 할아버지에게 꼬박꼬박 배꼽인사로 문안하는 손자의 모습이 대조의 몽타주처럼도 그려진다. 차태현 특유의 억울한 듯 찡그리는 표정과 말투가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번지르르한 겉모양에 내용 부실 ‘과대 포장’ 영화들 속에서 정 반대의 상황으로 역전극을 벌이고 있는 ‘과속스캔들’이다. 유치 뽕짝 티저 포스터로 기대감을 떨어뜨린 이 영화는 반전 같은 콘텐츠로 승부수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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