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조기전대 후폭풍 예고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12-11 15:22:39
한나라당에 조기 전당대회 후폭풍이 거세게 불어 닥칠 조짐이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11일 박희태 당 대표의 ‘원외 한계론’, ‘건강 이상설’ 등을 제기했고, 당 대표의 진퇴문제는 곧 조기전당대회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박희태 대표가 원외라는 점에서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그게 한계”라며 “원외 대표를 내세우고 가는 것 자체가 집권여당의 역할을 기본적으로 접고 들어가는 것이라는 의문을 처음부터 갖고 있었다""고 ‘원외 한계론’을 제기했다.
그는 또 최근 박 대표의 회의 불참 사태와 관련, ""대표는 그 정당의 간판""이라며 ""대표가 건강하고 반짝반짝 빛나고, 기운이 넘치고, 의욕이 넘치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전해져야 되는데 지금 박 대표는 건강도 안 좋지만 정신적으로도, 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서 안 나오고 있다는 소문이 장안에 있다. 이것은 굉장히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라고 ‘건강 이상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으로써는 우리가 대표를 이 상황에서 바꾸고 그런 시점이 못 된다""며 자신의 발언이 박 대표 교체론으로 비쳐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이 같은 마지막 멘트에도 불구, 사실상 박 대표 퇴진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조기 임시전당대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이날 와의 통화에서 “원외 한계 문제는 그렇다고 해도 건강 이상설이 사실이라면 부득이 임시전당대회를 열어서라도 대표를 교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전 의원의 발언이 대표 교체론의 불씨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전 의원은 누구를 당 대표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일까?
공교롭게도 앞서 전 의원은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재오 전 의원의 복귀설을 강력 주장했다.
먼저 그는 “이재오 전의원의 복귀설이 계속 나오는 것은 그만큼 그의 빈자리가 크다는 반증”이라며 “그는 승리도 낙선도 두려워 않고 자신을 던진 정치인”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이어 그는 “이재오 전의원의 거취는 본인이 결정할 일이지만, 그가 와서 동맥경화된 것 같은 당분위기를 쇄신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즉 이 전 의원이 ‘당 분위기를 쇄신할 적임자’라는 뜻이다.
따라서 전 의원의 박희태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는 사실상 이재오 전 의원을 염두에 둔 발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필자에게는 그의 발언이 ‘아직은 대표를 바꿀 시점이 아니고, 이 전 의원이 내년 4월 재보궐선거를 통해 원내에 진입한 후가 대표를 바꿀 시점’이라는 말로 들린다.
그런데 다른 한나라당 관계자는 “전여옥 의원의 양지 쪽 찾는 감각은 거의 동물적이라는 소리가 있다”며 “박희태 대표가 그만두면 차점으로 최고위원이 된 정몽준 의원이 대표되는 것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그러고 보니 전 의원은 최근 정몽준 최고위원과 함께 미국을 다녀온 후 정 최고위원을 극찬하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정몽준 의원을 향해 노골적인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 의원은 이재온 전의원과 정몽준 최고위원 모두에게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조기 임시 전당대회를 통해 당내 다수세력인 친이계가 좌장격인 이재오를 당 대표로 새롭게 선출하거나, 박희태 대표의 퇴진으로 차점자인 정몽준 의원이 대표직을 승계하거나 모두 그에게는 손해가 아니라는 판단을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전여옥 의원이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
비록 친박 측이 아직은 당내 소수세력이고, 비주류이기는 하지만 그 세가 날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지 못한 것 같다.
더구나 국민들은 정몽준.이재오 두 사람을 합친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이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는 마당이다.
따라서 설사 박희태 대표가 물러나더라도 차점자인 정 최고위원이 당 대표를 승계하거나 내년 4월 이후 조기 임시 전당대회에서 이재오 전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아무튼 국민여론(KSOI 여론조사)은 현재 민주당을 ‘폐기처분해야 할 정당’(37,9%)으로 보고 있으며, 우리나라 국민 세 명 가운데 두 명이 한나라당을 ‘여당으로는 낙제 정당’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만큼, 한나라당의 조기 전당대회는 어차피 불가피 한 상황이다.
이제는 그 후폭풍이 어떻게 불어 닥칠지 지켜보는 일만 남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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