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당 붕괴와 한나라당 운명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12-12 16:52:24
반공이라는 이데올로기와 경제성장이라는 깃발로 53년간 일본을 지배했던 ‘일본판 네오콘(neocons)’ 자민당이 끝내 침몰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지난 2001년 미국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부각되기 시작한 네오콘이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의 승리로 인해 종말을 맞이한 것처럼, ‘일본판 네오콘’으로 불리던 자민당 역시 같은 운명을 고하게 될 것 같다.
실제 자민당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내각의 지지율이 출범 두 달여 만에 20%대가 위태로운 지경으로 급락했다.
요미우리(讀賣), 아사히(朝日), 마이니치(每日)신문이 이 달 초 각각 실시해 지난 8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소 내각의 지지율은 요미우리가 20.9%, 마이니치가 21%, 아사히가 25%로 나타났다.
오죽하면 자민당 내부에서조차 소장파 등을 중심으로 정계개편 요구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가하면, 신당창당 움직임마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겠는가.
이에 따라 1955년 이래 이어져 온 자민당 주도의 일본 정치시스템이 더는 지탱하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미국 네오콘이 붕괴되고, 일본 네오콘이 붕괴됐다면, 그 여파는 분명히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네오콘은 ‘뉴라이트’ 세력을 중심으로 득세하고 있다.
그런데 그 득세가 마치 침몰 직전의 호화 유람선처럼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우선 그들이 지지하고 만들어낸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를 보라. 일본 자민당 아소 내각의 지지율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도 현재 20%대다. 그것도 장장 7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의 몰락과 함께 한국 네오콘도 종말을 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일본 자민당 내부에서 정계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처럼, 한국 네오콘 세력과 연대한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정계개편’이라는 화두가 던져질지 모른다.
아예 일본처럼 침몰하는 자민당을 탈출하기 위한 방편으로 신당을 창당하려는 세력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아직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일본의 자민당처럼 ‘정계개편’이니 ‘신당창당’이니 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이 대통령의 현저히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 한나라당은 여전히 민주당 보다는 높은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 자민당과 우리나라 한나라당의 차이라면 단순히 이것 하나뿐이다.
실제 일본 유권자들은 반공 이데올로기와 경제성장이라는 이슈에 함몰된 자민당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일본 유권자 가운데 무려 65%가 ""민주당에 정권 맡겨도 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에 걸쳐 유권자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심지어 자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 중에서도 '민주당에 정권을 맡겨도 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45%나 됐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민주당 지지율이 턱없이 낮다. 당 지지율이 10%대에 머문 지 이미 오래다.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낮으면 상대 야당이 반사이익을 얻는 게 일반적인데, 전혀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한나라당에 ‘박근혜’라는 존재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그의 존재감이 침몰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을 가까스로 지탱시켜 주고 있다는 말이다.
비록 이명박 정부에 실망했더라도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에 남아 있기 때문에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은 세계화 시대다. 세계의 흐름은 미국과 일본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네오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만 이에 역행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따라서 한나라당은 ‘탈(脫) 네오콘’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 알다시피 박 전 대표는 이미 ‘탈 네오콘’을 선언한지 모래다.
이제 더 이상 이념에 치우쳐 갈등을 조장하는 ‘네오콘’ 세력의 존재는 필요 없다는 선언인 셈이다.
한나라당이 진정 그를 필요로 한다면, 그의 뜻을 따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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